2020-01-13 23:16  |  리뷰

[미술, 영화로 보다] "나는 그림을 그릴때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

고흐, 영원의 문에서(At Eternity's Gate, 2018)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을 그린 전기, 드라마 영화
감독 : 줄리안 슈나벨 / 주연 : 윌렘 데포

[아시아아츠 = 김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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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영원의 문에서(At Eternity's Gate, 2018) / 사진= 찬란(수입사), 팝엔터테인먼트(배급사)

"나는 그림을 그릴때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


-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 중 '빈센트 반 고흐' 역 배우 윌렘 데포 대사 중 -

요절한 비운의 아티스트 ‘검은 피카소’ 장 미셸 바스키아의 바이오그라피 영화 ‘바스키아’와 엘르 편집장이었던 장 도미니크 보비의 ‘잠수종과 나비(The Diving Bell and Butterfly)’를 연출하고 피카소 다큐멘타리 ‘피카소와 브라크 영화로 가다(Picasso & Braque Go to the Movies)’에 설명자로 출연했고 60회 칸 영하제 감독상을 수상한 줄리안 슈나벨 감독의 미술에 대한 전문성은 익히 알려진지라 기자가 힐링하려 본 영화가 윌렘 데포가 고흐로 분장한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At Eternity's Gate)’이다.

"난 그저 사람들과 빵 한 조각, 와인 한 모금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을 뿐이였다“며 영화속 고흐가 독백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고흐의 1인칭시점과 감독의 전지적 작가 시점을 오가며 고흐의 마지막 흔적의 장소 프랑스 남부지방 아를과 프랑스 파리 근교의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의 마지막 시간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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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영원의 문에서(At Eternity's Gate, 2018) / 사진= 찬란(수입사), 팝엔터테인먼트(배급사)

영화속 프랑스 남부지방 ‘아를’과 파리근교 오베르 쉬즈 우아즈에서 고흐의 마지막을 보낸 약 2년간의 기간은 빈센트 반 고흐의 고뇌와 열정과 삶을 이해하는 시기로 충분하다. 사람들은 하루 종일 그림만 그리는 네덜란드 화가 고흐를 이해하지 못한다.

고흐를 부랑자로 취급, 함부로 대했고 고흐가 다가가 말을 걸면 남자들은 무시했고 여자들은 무서워했다. 그들과 멀리 떨어져 말없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고흐를 그냥 두지도 않았다.

고흐는 집을 나서면 걷고 또 걷고, 그림을 그렸다. 그것 말고는 할 일이 없었다.

이 영화는 예술과 문학을 사랑하고 사색과 고독을 즐기는 고흐를 잘 표현하고 있다. 발자크, 위고, 디킨스, 플로베르, 톨스토이, 졸라, 도데, 모파상 같은 작가들을 열렬히 사랑하고 그들의 작품을 미친 듯이 읽었다. 문학은 그의 예술의 원천이었다.

동생 테오에게도 늘 책 이야기를 담아 편지를 썼다. 1888년 8월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는 "우리는 대지와 졸라의 제르미날을 읽은 사람이다. 농부를 그린다면 우리가 읽은 작품이 우리의 일부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구나"라고 썼다. 그리고 "나는 책에 억누를 수 없는 정열을 가지고 있고, 나의 마음을 개선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빵을 먹고 싶은 것과 같이 책을 읽고 싶다"라고도 했다.

영화에서 고흐는 오베르에서 만나 친해진 정신과 의사 폴 가셰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그와 그림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의사 폴 가셰는 고흐의 정신적 질환을 치료하려 고흐와 많은 대화를 나누곤 했다.

“나는 그림을 그릴때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가셰의 질문에 답한다.

고흐는 동생 태오에게 자주 편지를 썼는데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닥터 가셰와 그림에 대해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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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영원의 문에서(At Eternity's Gate, 2018) / 사진= 찬란(수입사), 팝엔터테인먼트(배급사)

“ 테오에게....

닥터 가셰는 어딘지 아파 보이고 멍해 보인다. 그는 나이가 많은데, 몇년전에 아내를 잃었다고 한다. 우리는 쉽게 친해졌다. 그도 몽펠리에의 브뤼야스를 알고 있었는데, 현대 미술사에서 중요한 인물이라는 내 의견에 동의 했다. 요즘은 그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아주 환한 금발에 하얀색 모자를 쓰고, 환한 살색의 손을 빨간 탁자에 기대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파란색 연미복을 입었는데, 바탕도 코발트 블루다. 탁자 위에는 노란색 책 한 권과 보라색 디기탈리스꽃이 놓여 있다. 이 초상화는 이 곳으로 올 때 그린 자화상과 같은 감정을 담아 그렸다.

닥터 가셰는 이 초상화를 아주 좋아해서, 가능하면 똑 같은 걸 하나 더 그려서 자기에게 줄 수 없겠냐고 했다. 나도 그럴 생각이다.그는 "아를의 여인"도 좋아한다. 너도 그걸 분홍색으로 그린 습작을 가지고 있지. 닥터 가셰는 이 두 그림의 습작을 보기 위해 이따금 들리곤 했는데, 습작도 무척 좋아한다.“ - 1890년 6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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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할 때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녹슨 권총 한 자루가 파리 현지시각 지난해 6월19일 옥션아트파리 경매에서 2억천만원에 팔렸다./ 사진=옥션아트파리

반 고흐의 정신병을 치료했던 가셰는 총에 맞아 신음에 빠진 고흐의 마지막을 지켜보았는데, 고흐 동생인 테오(Theo)는 화가들에 대한 가셰의 관심사 때문에 고흐가 질병 치료를 받는 동안 그를 가장 이상적인 의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고흐 자신은 가셰를 일컬어 의사로서의 자질을 의심했고, "나보다 더 병이 심한 사람"이라 기술하고 있다.

세상을 뜨기 한 달 전인 1890년 6월, 닥터 가셰의 초상화를 그리며 둘은 '영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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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van Gogh, 'At Eternity's Gate', MediumOil on canvas, 80 cm × 64 cm, 1890 / '영원의 문(At Eternity's Gate)'은 1882년에 석판화로 찍었던 것을 1890년, 생레미에 거주할 때 유화로 다시 그렸다. 이 그림은 고흐가 권총자살하기 불과 며칠 전에 그려졌으며, 얼굴을 두 손위에 묻고 흐느끼는 노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 사진=Vincent Van Gogh 공식 홈페이지

가셰는 노랑 책과 보라 꽃이 놓인 탁자에 기댄 자신의 초상화를 아주 좋아했고, 같은 그림을 하나 더 그려달라고 청해서 다시 그렸다. 그 그림에는 공쿠르 형제의 ‘제르미니 라세르퇴’와‘마넷 살로몽’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제목이자 고흐 자신의 삶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여겨지는 ‘영원의 문 앞에서 At Eternity's Gate, 1890’는 1882년 연필로 그렸다가 1890년 유화로 완성했다.

프랑스 남부지방 ‘아를’에서의 생활은 화가 고갱과의 일상이었다. 고갱과의 불화로 고갱이 떠난다고 하자 고흐는 1889년 12월 23일 귀를 자른다. 주민들의 청원이 들어오고, 강제입원을 하고 발작 증세가 생기고 힘든 시간을 겪는다. "우리 화가들은 자신의 그림을 통해서만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라고 말하는 고흐는 아를을 떠난다.

오베르 쉬즈 우아즈의 라부 여인숙에 방을 얻었고 그곳에서도 여전히 고흐는 자연속으로 걸어갔다. 여기서 고흐는 ‘까마귀가 나는 밀밭’, ‘오베르의 교회’ 등 여러 그림들을 그렸다. 1890년 7월 27일 총상을 입고 귀가하고, 닥터 가셰의 연락을 받고 온 테오의 품에서 29일 새벽 고흐는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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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실제 그림을 그리는 장면들은 이영화의 감독겸 화가인 줄리안 슈나벨(Julian Schnabel)이 그렸다. 줄리안 슈나벨(감독)과 윌렘 데포(고흐 역) / 사진= 찬란(수입사), 팝엔터테인먼트(배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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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 소장중인 감독겸 화가인 줄리안 슈나벨(Julian Schnabel)의 작품 / Julian Schnabel(b.1951), 'Homo Painting', Oil paint on velvet, 295 × 417 cm, 1981 / 사진=© Julian Schnabel, Tate

영화에서는 고흐가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실제 그림을 그리는 장면들은 이영화의 감독겸 화가인 줄리안 슈나벨(Julian Schnabel)이 그렸다.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에서 독특한 기법 plate painting 으로 완성한 그림 한 점에 백만 불 넘게 팔리는 유명화가이다. 그 슈나벨이 바로 이 영화의 감독과 각본을 맡았고 제작자이기도 하다.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 감독 줄리안 슈나벨 인터뷰 영상 / 출처=TIFF Originals 유튜브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윌렘 데포가 주연을 맡았지만 그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고흐가 출연할 뿐이다. 윌렘 데포는 작품을 하는 동안 줄리안 슈나벨로부터 그림 그리는 방법까지 전수받고, 어떻게 사물을 보고 빛을 관찰하고 표현하는지를 배웠다고 한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예술가가 보는 예술가를 그린 영화라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배우 데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고흐는 그렇게 불행하거나 고뇌에 차있지는 않았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매일매일 그림 그리는 것에 몰두하고 가장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던 그 시기에 누구보다 행복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미 데포는 고흐였다.

영화는 당시 노란색, 레몬색, 프러시안블루, 에메랄드그린 등 거의 사용이 금지되다시피한 색깔을 사용해 자신만의 화풍을 완성하는 고흐를 그리고 있어 화면의 색은 눈이 아릴 정도로 선명하고 아름답다.

고흐가 살아 돌아온 듯 혼신의 연기를 펼친 윌렘 대포는 이 영화로 제75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볼피컵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폴 고갱 역에 오스카 아이삭, 고흐의 종교적 견해를 함께 나누는 신부 역은 매즈 미켈슨, 가셰 박사 역에는 마티유 아말릭이 맡아 연기했다. 최근까지도 영화, 드라마,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포맷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빈센트 반 고흐'의 내면을 미술인의 시각으로 담아낸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는 2019년을 돌아보게한 영화였다. “나의 영혼‘을 다시 생각하게 한 영화였다.

한편 인상파 화가 고흐의 관심을 증명하듯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을 그린 전기 '고흐, 영원의 문에서'가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1월 12일 집계 기준 누적 관객 수 31177 명을 기록 중이다.

현재 빈센트 반 고흐와 관련된 다양한 전시, 공연 등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충남 당진문예의전당 전시관에서는 '반 고흐 레플리카 전시회'가 2월 9일까지 전시중이고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가 3월 1일까지 종로구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1관에서 공연 중이다. 또한 제주 성산 빛의 벙커에서는 미디어아트 '빛의 벙커 : 반 고흐' 전시가 10월 25일까지 열리고있다.

올해도 네덜란드 인상파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사랑은 이어진다.

김창만 기자 chang@asiaart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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