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4 15:30  |  아트&아티스트

감성 건축가의 화첩기행... 임진우 개인전 '감성풍경화첩’ 展

임진우의 '감성풍경화첩’ 展
북촌, 일백헌 | 2020. 01. 10. - 22.

center
임진우, 혜화역 4번출구 대명길, 2019, 26x36cm / 사진=Courtesy of artist ⓒ임진우
[아시아아츠 = 김창만 기자]
건축가가 바라보는 도시 속 풍경은 어떤 감성일까? 단순히 건축을 위한 스케치가 아닌 도심 속을 거닐며 살아있는 모든것을 관찰하며 질문하고 그것들의 응답을 소환하듯 화첩에 담는 아티스트 임진우의 개인전이 열렸다.

center
건축가 임진우, 개인전 '감성풍경화첩’ 전시전경 / 사진=정림건축

(주)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임진우 대표이사는 건축가다. 그가 30여 년 건축인생을 통해 쌓아온 드로잉과 스케치에 대한 재능을 통해 다섯번째 개인전 ‘임진우의 감성풍경화첩’이 10일부터 22일까지 고풍스런 한옥 갤러리 북촌 ‘일백헌’에서 열리고 있다.

center
건축가 임진우 스케치 모음 / 사진=Courtesy of artist ⓒ임진우

건축가 임진우는 사람과 사물을 끊임없이 관찰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그 습관은 손끝을 통해 그림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항상 펜과 스케치북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 달동네, 전봇대와 골목길, 길가에 아무렇게나 핀 꽃, 책상에 나뒹구는 소품들, 일상에서 만나고 스치는 사람들, 낯선 땅에서 만나는 풍경, 모두 그의 스케치가 된다. 그에게 있어서 스케치는 건축적 탐구와 사유의 도구이다.

center
임진우, 혜화칼국수집 골목, 2019, 26x36cm / 사진=Courtesy of artist ⓒ임진우

이번 다섯번째 개인전 ‘임진우의 감성풍경화첩’ 전시회에는 한양도성길, 대학로, 서촌 등 우리의 전통과 근,현대의 발자취들이 묻어있는 모습, 그리고 매일 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풍경들과 보편적 가치를 지켜가며 삶을 일구어 내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그의 눈에 가득한 감성적 시각과 손끝에 적신 물감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center
임진우, 이화장 입구, 2019, 26x36cm / 사진=Courtesy of artist ⓒ임진우

대학로 - 임진우 '감성풍경화첩’ 중에서 -

"대학로는 나에게 각별한 곳이다. 몇 개월 전 회사를 이전하기 전까지 이화동에서 지난 30여 년 간의
직장생활을 한 곳으로 동네 구석구석마다 정이 들었고 추억이 묻어나는 장소가 많다.

대학로는 문화의 메카로 젊은 거리다.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공연문화가 지금도 소극장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특히 만추의 계절에 마로니에 공원의 오래된 은행나무는 압권이다.

붉은 벽돌과 노랑단풍은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다. 벽돌로 지은
고만고만한 건축들이 서로 기대어 모여 사는 정겨움이 있는 곳, 대학로는 걷고 싶은 거리다."

center
임진우, 누상동, 2018, 45.4x30.5cm / 사진=Courtesy of artist ⓒ임진우

서촌 - 임진우 '감성풍경화첩’ 중에서 -

"서촌은 매일 출근할 때마다 지나는 곳으로
서촌 혹은 웃대로 불리는 옥인동, 통인동
일대에는 볼거리들이 제법 많다.

인왕산을 배경으로 오랜 세월동안 자연
지세에 맞춰 중첩된 집들의 다이내믹한
스카이라인과 그 경사에 풀어진 실타래같이
좁은 골목길, 거기에 보태서 통인시장도 재미있다.

이렇듯 잘 보존된 전통한옥과 현대건축이
뒤섞인 현장은 옛 것과 새 것이 공존하는
서울산책 코스로서 매우 흥미롭다.

서울의 아름다움은 이렇게 곳곳에 존재한다.
다만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할 뿐..."

center
임진우, 한양도성, 2019, 36x26cm / 사진=Courtesy of artist ⓒ임진우

임진우 대표는 지면을 통해 “나에게 스케치는 건축적 사유의 도구이다. 사물에 대한 애정의 출발이며 대상을 보고 마음이 일체가 되어야 그림으로 표현된다. 그림은 흩어져 있던 감성을 마음으로 채집하는 것과 같다. 감동을 주는 풍경을 관찰하고 그림으로 기록 한다. 나는 이런 몰입과 여백의 시간을 통해 새로운 활력과 에너지를 얻는다. 나에게 그림은 건축으로 이루지 못한 꿈과 이상의 영역이다.”라며 이번 전시에 대한 소감을 말한다.
아티스트 건축가 임진우 SNS


■ 아티스트 건축가 임진우(林鎭宇 / LIM,JIN-WOO b.1962)

center
아티스트 건축가 임진우 / 사진=정림건축

그는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30여 년간 일한 베테랑 건축가이다. 수석디자이너, 설계본부장을 거쳐 현재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로는 봉원교회, 한국야쿠르트사옥, 한국가스공사사옥, 인천국제공항, 신촌세브란스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이화여대서울병원 등이 있다. 건축문화대상, 건축가협회상 등 다수 수상경력이 있으며, 최근 ‘2019 건설기술인의 날’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저서로는 ‘건축가가 말하는 건축가’(공저), '걷다 느끼다, 그리다-건축가 임진우의 감성에세이(2019)'가 있다.

아티스트 건축가 임진우는 취미로 시작한 펜 수채화로 개인전 네 번과 그룹전을 가진 바 있고,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연속 서울시 캘린더를 재능기부로 만들기도 했다. 건설관련 신문 등 매체에 매주 ‘건축가의 감성스케치북’ 칼럼을 2년 간 연재하고 있으며 건축인문학 탐구의 결과를 독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이로써 건축가, 화가, 칼럼니스트로 자리매김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EBS의 ‘예술아 놀자’에 출연하며 사회기여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전시

2015 ‘서울화첩’ 개인전 (서울시청홀, 서울)
2016 건축가와 함께하는 서울감성풍경 展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울)
2017 임진우의 ‘감성풍경화첩’ 개인전 (호텔28명동, 서울)
2017 제7회 한국샐라티스트협회전 ‘두 개의 의자’ (핑크갤러리, 서울)
2018 임진우의 ‘감성풍경화첩’ 개인전 (커뮤니티하우스 마실, 서울)
2019 임진우의 ‘감성풍경화첩’ 개인전 (세브란스 아트스페이스, 서울)
2020 임진우의 ‘감성풍경화첩’ 개인전 (북촌, 일백헌, 서울)

임진우, 개인전 '감성풍경화첩’ 전시 서문

center
건축가 임진우, 개인전 '감성풍경화첩’

感性香風景氣, 감성의 향기와 풍경의 기운

임진우 작가는 감성향풍경기(感性香風景氣)를 표방한다. 삶에는 감성이 깃들어야 하며 풍경엔 기운이 담겨야 한다는 뜻이다. 추사(秋史 金正喜, 1786~1856) 선생이 “문자의 향기와 서책의 기운이 문인의 고매한 인격을 드러낸다(文子香書卷氣)”고 설파했다면, 덤덤히 관조한 삶의 직관이 풍경의 기운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21세기 건축은 손에 의한 설계보다 디지털 툴에 의한 조작을 선호한다. 감성풍경이 스며들지 않는 디지털 세계 속에서 건축가 임진우는 몰개성화 돼 버린 오늘의 현상에 주목한다. ‘손맛의 힘’과 ‘감성의 기운’이 녹아든 풍경화첩을 통해 인문감성이 녹아든 풍경미학을 표방하는 것이다. 실제 작가는 건축가인 동시에 화가로, 컬럼니스트로, 책을 만드는 저자로, 강연과 방송을 꾸리는 엔터테이너로의 확장을 보여줌으로써 본래 건축가가 종합예술인임을 상기시킨다.

작가는 예술의전당의 ‘지브리 특별전’에서 본 미야자키 하야오의 스케치 작업을 본 후 “완성은 끊임없는 습작으로부터 나온다.”는 깨달음을 얻었고, 그때부터 눈에 담은 풍경을 수채화로 옮기기 시작했다. 6년 전 의뢰받은 서울시 캘린더에서는 북촌을, 박원순 시장의 권유로 유네스코에 지정된 한양도성 시리즈를, 서울시의 도시재생과 마을 시리즈 등을 발표하면서 그리는 성취감과 대중들과 만나는 기쁨을 맛보게 된 것이다. 손으로 이어지는 감성의 향기는 서촌, 대학로 까지 이어져 여섯 번째 풍경화첩을 탄생시켰다.

욕심이 없는 단아한 그림들, 창의적 상상력과 만난 감성풍경은 무심코 스쳐지나갈 작은 포인트까지 놓치지 않는 지혜를 보여준다. 오래된 집들의 가스배관, 아날로그 감성이 더해진 전선줄, 세월이 묻어난 처마와 바람에 흩날리는 빨래 등이 전체 속에 녹아내리면서 세월의 감성으로 뿌리내리게 된 것이다. 임진우의 감성풍경은 질주하는 우리의 삶에 여백을 부여함과 동시에 시공간을 응축시키는 세련된 레트로 감성을 건드린다.

정림건축이라는 국내 최고의 건축사사무소 대표라는 자리는 건축가이면서 경영자여야 하기에, 도식화된 삶을 표방하지 않을 수 없다. 타고난 성품이 아티스트의 길을 열었던 것처럼, 사람들과 소탈하게 대화하는 감성경영은 소담한 풍경을 그리는 부분과 일체화된다. 수평적 동등함, 이것은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나오는 감성의 작용이다. 작가는 조심스럽게 “그림을 그리는 대표는 다른 노선을 걷는다.”고 말한다.

건축설계회사 대표가 취해야 할 권위보다 감성적이고 소통가능한 ‘섬김의 리더쉽’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건축이 협동작업이자 여러 제약이 많은 세계라면, 그림은 해방구이자 카타르시스의 세계이다. 억눌렸던 갈망들을 향한 무한 자유를 추구해온 작가는 “그림을 통해 얻은 감각의 사유가 건축에 스며든다면 이성과 감성은 조화된 선순환 구조를 낳는다.”고 언급한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여행스케치들은 작은 스케치북과 휴대용 물감이 담아낸 직관적 풍경을 완성되지 않은 중간 드로잉에 담아냄으로써 고무적이면서도 거칠고 단아하면서도 원색적인 눈맛의 본질을 발견하도록 유도한다.

실제 작가의 집안은 문인화의 정체성을 손의 유전자로 이어오고 있다. 전통과 현대의 오묘한 만남을 그려낸 작은 아버지 이석(以石) 임송희(林頌羲) 선생의 그림을 보면서 자란 작가는 화선지에 그림을 그려낸 새로운 세계 속에서 아티스트로서의 미래를 갈망했다. 형제가 모두 그림으로 경쟁했던 사이였고, 형님이 먼저 미대를 갔기 때문에 건축가의 길을 걷게 됐다는 사연은 그가 너무나 당연하게 감성풍경을 그리게 한 배경이 되었다. 여느 남자아이들처럼 동적이기 보다 식물도감을 통해 꽃을 관찰하고 가을 국화를 사랑하던 감성어린 한 소년은 오늘도 자신을 둘러싼 직관의 풍경을 손의 기운으로 옮기는 작업을 한다.

해외도시나 자연풍경을 13.5*13.5cm 크기의 소담한 스케치북에 담아 삶을 여백이자 치유로 만들어내는 것이 일상이 된 것이다. 풍경화가로 이름을 높이면서 주변에선 인물과 여러 장르에 대한 요구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하지만 작가의 겸손한 성품은 아직 감성풍경에 머무는 듯하다. 아직은 작품 세계가 확장되고 더 발전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할 때라는 임진우 작가. 지금은 수채화에 머물고 있지만 구상에서 추상으로 다른 도구로의 확장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대상과 합일된 서울의 도시풍경들은 임진우의 손에 옮겨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감성의 향기와 풍경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작가의 작품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면 우리들의 고루한 삶이 좀 더 특별하고 버라이어티하게 펼쳐지지 않겠는가.

- 안현정(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

center
건축가 임진우, 도서 '걷다 느끼다 그리다(2019)' / 사진=맥스미디어

한편 건축가 임진우 대표는 바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정신적 여백의 '감성'을 전하는 에세이집 '걷다 느끼다 그리다'를 작년 6월에 출간해 일상에서 만나고 스치는 사람들, 낯선 땅에서 만나는 풍경 등 일상적인 것들을 느끼는 그만의 감성으로 담은 화첩 에세이를 세상과 공유 중이다.

임진우의 다섯 번째 개인전 '감성풍경화첩’은 북촌, 일백헌에서 이달 22일까지 계속된다.

김창만 기자 chang@asiaarts.net
Asia Arts가 제공하는 뉴스콘텐츠에 대해 독자는 친근하게 접근할 권리와
정정·반론·추후 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저작권자 ©아시아아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sia Arts TV

인터넷신문위원회

Asia Arts TV

인기 뉴스

Editor’s Pick

뷰티&패션

Art & Artist

라이프

생활경제 | 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