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31 15:07  |  아트&아티스트

학고재, 한국화가 김선두(KIM Sundoo)의 끊임없는 진화 '김선두' 개인전

전시명 | '김선두'
학고재 본관 SPACE 1 | 01. 22 ~ 03. 01
아티스트 김선두의 장지화 16 점, 유화 3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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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 '김선두' 전시전경 / 사진=학고재
[아시아아츠 = 김창만 기자]
아티스트 김선두는 투박하지만 따스하고 포근한 풍경, 특히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 남도의 풍경과 사람들을 느리게 관찰하며 수묵채색으로 화폭에 담아낸다.

김선두의 키워드인 '장지기법', 역원근법, 콜라주 그리고 철묵화까지 실험적인 방식으로 동양화를 다채롭게 표현하고 있는 동시대 한국화가로 한국 미술의 중심에 그가 있다.

학고재는 서울 삼청로 본관에서 22일부터 3월 1일까지 김선두(b. 1958, 전라남도 장흥)의 새로운 통찰적 시선과 진화를 볼 수 있는 아티스트 '김선두' 개인전을 전시 중이다.

최근 한국 미술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높다. 한국 고유의 정서를 드러내면서 세계 동향을 기민하게 반영한 선구자들의 작품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 미술의 입지를 견고히 다질 때다.

국제적 시야를 확보하는 한 편, 우리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노력을 동반해야 한다. 학고재는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가 및 작품을 꾸준히 조명해왔다.

김선두는 대표적인 동시대 한국화가다. 다양한 실험적 시도로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제68회 서울특별시 문화상(미술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학고재가 선보이는 김선두의 네 번째 개인전이며, 2016년에는 학고재 상하이에서 중국 첫 개인전을 연 바 있다.

꾸밈없이 진솔한 화법으로 그려낸 서정적 화면이 돋보이는 아티스트 김선두의 19점의 작품을 학고재 본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백균 미술평론가가 이번 전시의 서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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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 '김선두' 전시전경 / 사진=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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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 '김선두' 전시전경 / 사진=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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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 '김선두' 느린풍경 '유달길' 전시전경 / 사진=학고재

■ 전시 주제

느림과 포용의 미학 – 김선두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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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두, 느린 풍경 - 유달길 Slow Landscape - Yudal Road, 2019, 장지에 먹, 분채 Ink, color pigment on Jangji, 142x900cm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Hakgoja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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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보여드립니다’시리즈와 아티스트 김선두 / 사진=학고재

김선두는 바탕 작업 없이 색을 중첩해 우려내는 ‘장지화’로 일본, 중국의 채색화와 구별된 독자적 화풍을 발전시켰다. 장지 위에 분채를 수십 차례 반복해 쌓으며 깊은 색을 이끌어낸다. 느림의 미학이다. 옅은 색을 단계적으로 올리니 작업 과정에서 수정이 쉽다. 불완전함과 시행 착오를 포용하는 화면이다. 공들여 쌓은 색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촘촘하고 튼튼한 장지가 물감을 깊이 머금어 발색이 곱고 그윽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선두의 ‘느린 풍경’, ‘별을 보여드립니다’ 등 대표적 연작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김선두의 작업은 동양화 기법에 뿌리를 두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갖추고 있다. 수묵과 채색을 접목한 시도로 한국화의 지평을 넓힌다. 기성 동양화가 정서 표현에 몰두했다면, 김선두의 작업은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를 담는다. 일상의 깨달음을 진솔하게 표현해 현대인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철조망 블루스(2019)'에서 세월에 낡은 철조망이 시적으로 굽이친다. 찍어 낸 직선보다 망가진 곡선이 때로 더욱 아름답다. 고통을 겪어낸 후에야 자연스레 우러나는 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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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두, 철조망 블루스 Barbed-Wire Blues, 2019, 장지에 먹, 분채 Ink, color pigment on Jangji, 138x178cm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Hakgojae Gallery

‘별을 보여드립니다’ 연작의 화면 위, 빛나는 별과 시든 식물의 대비가 두드러진다. 김선두는 생명과 죽음의 이미지를 한 화면에 포용한다. 삶의 진실을 깨닫기 위해서는 ‘동시에 보는 눈’이 필요하다는 믿음에서 출발했다. 상반된 세계를 함께 보아야 올바르게 통찰할 수 있다. ‘느린 풍경’을 보는 일도 같은 맥락의 실천이다. 천천히 살며,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바르게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화면 속 반사경이 지나온 길과 나아갈 길을 동시에 비춘다.

수묵의 본질은 필법, 재료보다 방법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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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두, 포구는 반달 The Port is a Half Moon, 2019, 장지에 먹, 분채 Ink, color pigment on Jangji, 96x77cm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Hakgoja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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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두, 유혹 1 Temptation 1, 2019,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45x45cm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Hakgoja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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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두, No.1, 2019,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16x91cm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Hakgojae Gallery

묵유오채(墨有五彩)란 먹에 다섯 가지 색이 내재해 있다는 말이다. 먹만으로도 다양한 색채를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발상을 전환하여, 색으로 먹을 표현해보고자 했다. 수묵을 그리는 기법으로 채색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김선두는 수묵화의 본질이 재료가 아닌 필법에 있다고 본다.

먹으로만 그려도 필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묵화라 할 수 없다. 반대로, 먹을 완전히 배제한 채색화에서도 숙련된 필법을 구사한다면 수묵의 깊이를 표현할 수 있다. 김선두의 색은 서구 회화에서 볼 수 없는 깊이를 품고 있다. 시간과 공을 들여 켜켜이 쌓아 발색한 무게 있는 빛이다.

■ 아티스트 김선두 작품 소개

대표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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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두(KIM Sundoo), 행 - 아름다운 시절 Asceticism - Beautiful Days, 2019, 장지에 먹, 분채 Ink, color pigment on Jangji, 65x47cm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Hakgojae Gallery

'행 – 아름다운 시절(2019)'은 60대의 김선두가 스스로가 가장 빛나던 시절, 20대 후반을 회상하며 그린 자화상이다. 장지에 엷은 먹을 여러 차례 먹여 배경을 마련했다. 뚜렷하고 간결한 윤곽으로 표현한 젊은 날의 두상이 정면을 응시한다.

작품 하단에 월요일부터 일요일을 뜻하는 알파벳을 나란히 적고, 그 위에는 매일의 일정을 흐릿한 글씨로 새겼다. 세 달여의 삶을 쓰고 지운 흔적이 먼지나 구름처럼 뿌옇다. 세월에 따라 사라지고 잊히는 매일의 삶, 순간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기록해 기억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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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두(KIM Sundoo), 느린 풍경 - 덕도길 Slow Landscape - Deokdo Road, 2019, 장지에 분채 Color pigment on Jangji, 133x160cm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Hakgojae Gallery

이번 전시에서는 김선두의 ‘느린 풍경' 연작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 중앙에 자리한 '느린풍경 – 덕도길(2019)'이 그중 하나다. 김선두는 자신의 색을 한국의 묵은지와 고추장에 비유한다. 맵지만 겉절이처럼 화끈거리지 않는 빛이라는 것이다. 화면 중앙 하단에 자리한 반사경이 눈에 띈다. 두텁게 중첩한 배경의 붉은 빛과 달리 매우 옅은 농담으로 그렸다. 수채화처럼 가볍게 표현해 배경과의 대비를 극대화했다.

차를 운전하다 굽은 길을 만나면 속도를 줄이고 반사경을 살피게 된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는 순간이다. 비로소 주위에 ‘느린 풍경'이 펼쳐진다. 새로운 각도와 반경의 세계다. 삶에도 이러한 순간이 필요하다. 가끔 속도를 줄이거나 멈추어 서야 지나칠 뻔한 풍경을 발견할 수 있다. 직진을 방해하는 신호를 만나야 쉬어갈 수 있고,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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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두(KIM Sundoo), 별을 보여드립니다 - 호박 I Will Show You the Stars - Pumpkin, 2019, 장지에 먹, 분채 Ink, color pigment on Jangji, 138x178cm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Hakgojae Gallery

김선두의 '별을 보여 드립니다 – 호박(2019)'는 찬란한 배경색 위에 ‘낮별’을 촘촘히 수놓은 작품이다. 사람들은 종종 보이지 않는 것들을 잊고 산다. 별은 언제나 하늘에 떠 있지만, 환경에 따라 시야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현상이 본질을 가리는 일이다. 김선두가 새긴 별은 본질을 기억하자는 제안이다. 세상의 진리와 이치를 별에 비유하고자 했다.

화면 위 시든 호박 줄기들이 여럿 서 있다. 사람이 쓸모를 위해 키우던 농작물이다. 땅에는 음료수 캔, 과일 포장지 등의 쓰레기가 나뒹군다. 탐욕과 집착을 비워낸 공산품의 껍데기다.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탐진치(貪瞋癡)를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욕심, 노여움, 어리석음이라는 세 가지 번뇌를 떨쳐내야 열반에 이를 수 있다. 욕망과 잡념을 버린 풍경 위 하늘 위에 비로소 별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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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두(KIM Sundoo), 마른 도미 Dried Snapper, 2019, 장지에 먹, 분채 Ink, color pigment on Jangji, 178x158cm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Hakgojae Gallery

'마른 도미(2019)'는 생선의 배를 갈라 펼친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하나의 몸이 벌어져 등을 맞대고 대립한다. 도미의 좌우 얼굴이 맞닿아 성난 사람 같은 인상을 띤다. 탐욕스러운 괴물의 형상이다.

김선두는 마른 도미의 형상에 인간 사회를 투영하고자 했다. 서로 다른 색을 띤 두 눈이 이념의 차이를 나타낸다. 한 몸을 유지하며 대칭을 이룰 때에는 생명을 지닌 물고기였다. 양 극단을 향해 찢어진 탓에 내면 없는 외피만 남아 죽은 몸이 되었다. 각자의 신념만을 고집하여 딱딱하게 굳어 버린 사회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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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두(KIM Sundoo), 나에게로 U턴하다 U-Turn Back to Me, 2019, 장지에 분채 Color pigment on Jangji, 77x189cm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Hakgoja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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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두(KIM Sundoo), 느린 풍경 - 완도길 Slow Landscape - Wando Road, 2019, 장지에 먹, 분채 Ink, color pigment on Jangji, 148x213cm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Hakgoja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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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두(KIM Sundoo), 느린 풍경 - 양촌길 Slow Landscape - Yangchon Road, 2019, 장지에 분채 Color pigment on Jangji, 205x150cm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Hakgoja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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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두(KIM Sundoo), 별을 보여드립니다 - 담쟁이 1 I Will Show You the Stars - Ivy 1, 2019, 장지에 먹, 분채 Ink, color pigment on Jangji, 108x76cm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Hakgoja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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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두(KIM Sundoo), 별을 보여드립니다 - 옥수수 I Will Show You the Stars - Corn, 2019, 장지에 먹, 분채 Ink, color pigment on Jangji, 138x178cm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Hakgojae Gallery

아티스트 김선두(b.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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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인전에서 작품 '포구는 반달 The Port is a Half Moon'을 설명하는 아티스트 김선두 / 사진=학고재

한국화가 아티스트 김선두(KIM Sundoo) SNS

김선두는 1958년 전라남도 장흥에서 태어났다. 1982년 중앙대학교 한국화과를 졸업한 후 1984년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중앙대학교 미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금호미술관(서울), 워싱턴 한국문화원(워싱턴 D.C.), 학고재(서울; 상하이)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국립현대미술관(과천), 서울시립미술관(서울), 문화역서울284(서울), 일민미술관(서울), 광주시립미술관(광주) 등에서열린 단체전에 참가했다. 소설가 김훈의 남한산성 표지를 장식하고,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에서 오원 장승업의 그림 대역을 맡아 대중적 인지도를쌓기도 했다.

지난해 제68회 서울특별시 문화상(미술 부문)을 수상해 주목 받았다. 제2회 김흥수 우리미술상, 제3회 부일미술대상, 제12회 석남미술상,제7회 중앙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성곡미술관(서울), 호암미술관(서울)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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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한국화가 장승업을 배경으로 한 영화 '취화선' 포스터 여기서 아티스트 김선두는 장승업 분장을 한 최민식의 그림 대역으로 유명하다. / 사진=태흥영화사

아티스트 김선두는 2002년 개봉한 영화 '취화선'에서 극중 19세기 한국화가 장승업을 분장한 배우 최민식의 그림을 그리는 장면의 대역을 맡아 당시 화제가 됐다.

1958 전라남도 장흥 출생

1982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한국화학과 졸업

1984 중앙대학교 대학원 한국화학과 졸업

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한국화전공 교수

서울에서 거주 및 작업


개인전

2020 김선두,학고재, 서울

2019 아트센터쿠, 대전 / 김선두의 풍경, 딜라이트 아트 월, 딜라이트 스퀘어, 서울

2018 김선두 화가 이청준 전집 표지화 – 그리운 것은 언제나 멀리, 흰물결갤러리, 서울

2018 김선두의 먹그림, 포스코미술관, 서울

2017 느린 풍경, 갤러리 희, 양산 / 꽃과 술 그리고 소리, 복합문화공간 에무, 서울

2016 별을 보여드립니다, 학고재 상하이, 상하이2013 서편제: 모든 길이 노래더라, 주워싱턴 한국문화원, 워싱턴 D.C.

2013 느린 풍경, 갤러리 희, 울산

2013 느린 풍경, 주독일 한국문화원

2013 베를린2012 느린 선의 꿈과 노래, 갤러리 운

2013 쾨니히슈타인 임 타우누스, 독일

2011 화가의 눈, 복합문화공간 에무, 서울

2010 취화선 – 흐르는 꿈과 그림, 주워싱턴 한국문화원, 워싱턴 D.C.

2010 너에게로 U턴하다, 리씨갤러리, 서울2007 모든 길이 노래더라, 갤러리가이아, 서울

2005 제3회 부일미술대상 수상 기념전, 부일갤러리, 부산

2004 고향 속살 읽기, 학고재, 서울

2000 학고재, 서울

1995 금호갤러리, 서울

1992 금호갤러리, 서울

수상

2019 제68회 서울특별시 문화상(미술 부문), 서울특별시교육위원회, 서울

2009 제2회 김흥수 우리미술상, 한국미술협회, 서울

2004 제3회 부일미술대상, 부산일보, 부산

1992 제12회 석남미술상, 석남미술문화재단, 서울

1984 대상, 제7회 중앙미술대전, 중앙일보사, 서울

■ 개인전 '김선두' 전시 서문

'멈춤과 느림의 아방가르드' 中 발췌 | 김백균 (중앙대학교 교수)

60년대 중반 이후 개념미술의 등장과 함께 예술계에서 ‘일상이 예술’이라는 말이 생겨나고, 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의 유행과 더불어 수많은 예술가들이 예술의 특별한 가치에 대해 말하기보다 삶 자체가 예술인 것처럼 말하기 시작할 때, 그 프로파간다와 같은 구호를 이해하는 일은 매우 힘들었다. 삶의 모든 행위와 몸짓이 그대로 예술적인 가치로 환원된다고 말한다면, 뭔가 궁극의 유토피아가 달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치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므로 예술적 행위도 의미 없는 것이 되고 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드는 또 다른 하나의 의문은, ‘일상이 예술’이라고 아무리 외쳐봐야 개념의 차원에서 일상과 예술의 구분은 없어지지 않고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상이 예술’이라고 말하려면 일상은 어떻게 예술적 가치를 획득할 수 있게 되는지 방법론적인 문제가 먼저 선결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김선두의 작업은 나의 오래된 이러한 의문을 다시 끄집어냈다. 〈행 – 아름다운 시절〉(2019)은 20대 후반, 부릅뜬 눈과 굵은 눈썹, 뚜렷한 얼굴의 윤곽선, 바짝 서 있는 날카로운 콧날, 자라는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쭈뼛 삐져나온 덥수룩한 머리카락을 지닌 젊은 날의 자화상이다. 메마르고 빠른 붓질 때문에 거친 풍파도 헤쳐 나갈 것 같은 강인함이 화면 전체에 퍼져있다. 이 자화상은 60대의 김선두가 20대의 젊은 아름다운 시절을 회상하며 그린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작품은 지금은 사라진 젊은 날 그 순간의 것들을 되돌아보니 아름다웠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것이 사라진 이유는 지나온 세월의 족적 때문이다. 월화수목금토일, 날이 지나가는 동안 그날들을 채웠던 순간들이 있고, 그 지나온 흔적들이 쓰였다 지워지고, 지워졌다 쓰이는 삶의 반복 속에서 원숙함이 생겨났지만, 그 반대편, 세상과 맞설 수 있을 것 같은 송곳 같은 당찬 기세나 매서운 눈빛은 사라졌다. 삶의 방법을 몰라 어리숙하고 거칠고, 가진 것 없는 삶이더라도 의지가 있고 지향이 있고, 젊음이 있는 것이 아름답다고 〈행 – 아름다운 시절〉(2019)은 말하고 있다. 즉 아름다움은 매 순간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절정은 한순간이며 상대적이다. 생에는 이처럼 빛나는 한순간의 절정이 존재한다. 이미지로 구성되는 이 작품이 표상하는 메시지는 여기에서 그치지만, 이러한 표상이 단서가 되어 내의식 안에서 해석되는 의미는 여기에서부터 다시 시작한다.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면 그 건너편에 추함도 있기 마련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추함이 없다면 아름다움도 없다. 그러므로 아름다움을 만드는 것은 추함이다. 인간의 삶에 지향이 있다면, 그리고 선택이 존재한다면, 그 선택은 가치판단에 기인한다. 아름다움으로 표상되는 가치판단은 우리로 하여금 세계를 이해하고 판단하며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 근거다. 즉 아름다움으로 표상되는 판단이란 실체가 없는 이데올로기라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상대적 인식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란 이데올로기에 의해 이념적으로 살아가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 가치 부여의 동인은 인간이 유한의 세계를 살아가기 때문이다. 무한의 삶 속에 있다면 어떠한 가치를 부여할 필요도 없고 선택을 할 필요도 없다. 무한의 삶 속에서는 모든 가치가 사라진다. 선택이란 유한의 세계에서 더 의미 있게 살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다시 말하면 유한에 대한 인식은 의미를 낳고, ‘의미’를 인식했기 때문에 모든 ‘가치’가 탄생했다. 인간은 인식이라는 원죄를 가졌으므로 ‘가치’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김선두의 자화상으로부터 출발한 〈행– 아름다운 시절〉(2019)의 해석이 여기에 이르면 이제 자화상이라는 이미지로부터 벗어나 순수한 의식과 해석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자화상으로부터 출발했으되 자화상에 국한되지 않는, ‘가치’란 무엇인가라는 삶의 근원과 세계 인식의 문제로 전환된 것이다. 〈행 – 아름다운 시절〉(2019)이 감각으로 우리를 유혹하고, 사유의 세계로 이끌어 도착한 종착점은 여기이다.

김선두의 말처럼 가치에 이끌리는 인간이 상대적 인식의 세계에서 관념적으로만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앞서 제기한 ‘일상이 예술’이라는 명제가 성립할 수 없다. 예술이라는 개념 자체가 상대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일상과 예술이라는 서로 대척점에 서있는 개념이 하나의 지평선에서 합리적으로 이해되려면 무가치가 가치라는 말처럼,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한 전제가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실 ‘일상이 예술’이라는 말의 기원은 선가(禪家)의 ‘일상선(日常禪)’이다. 일상이 참선이라는 말인데, 일상과 예술이 상대적 위치에 놓인 것처럼 일상과 참선 또한 상대적위치에 놓여있다. 그렇다면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가 어떻게 참선이 되는가?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참선이 무엇인지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참선은 참선 자체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고, 깨달음을 위한 방법론으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참선은 깨달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행위이다. 다시 말하면 참선이란 일상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기 위해 일상에서 벗어나 의식이 특별한 상태로 들어가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즉 일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다는 말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기 위해 특별한 상태로 들어가는 것인데, 문제는 그 세계에 들어가 있는 상황에서도 보고자 하는 세계가 보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또 발생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참선이란 익숙한 세계에서 더 이상 감각적 새로움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부단한 실천으로 특별한 새로움과 낯선 세계로 들어간 추구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그 세계에서조차 보고자 하는 세계가 보이지 않는데도 여전히 그 세계에 머물러 있게 된다면, 그 세계가 일상과 같은 익숙한 세계가 되어버리는 역설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가 발생한다면 감각적 환기를 위해 낯섦과 새로움을 찾아 다시 그 반대편, 즉 일상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만 일상이 감각을 환기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로 작동한다. ‘일상선’이란 말은 모든 일상적 경험이 참선이 된다는 말이라기보다, 참선이 일상화된 경우에 참선의 일탈이라는 의미에서 일상이 감각을 재환기하는 의미의 영역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예술이라는 개념 역시 감각의 환기와 인식의 확장이 일어날 때, 삶의 깨달음을 통한 심미적 쾌감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면 ‘일상이 예술’이라는 말 역시 ‘일상선’과 동일한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예술의 세계, 즉 예술은 사기라고 말한 백남준의 말처럼 가상과 허구의 세계에서 거울 작용을 통해 삶의 진실을 보려고 하지만, 여전히 삶의 진실이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만 ‘일상이 예술’이 될 수 있다. 이는 아방가르드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다. 전위는 기존의 생각과 표현의 방식을 뒤집는 것이다. 아방가르드는 전복의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전복의 행위를 통해 보이지 않았던 삶의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아방가르드에서 삶의 진실이 드러나지 않고 전복의 행위만 계속된다면 전복의 행위가 반복된다는 의미에서 전복이 아닌 답습이 된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 아방가르드만 빼고”와 같은 우스개가 노리는 지점이 바로 이점이다. 그러므로 ‘일상이 예술’이라는 말은 경험과 감각의 새로움을 일깨우는 경구(警句)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거울은 세계를 비추지만 허구이다. 그 허상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세계가 항시 보는 익숙함으로 다가온다면 우리의 감각은 굳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거기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작가로서 김선두가 가장 경계해온 것이 바로 감각의 둔화인데, 그는 감각의 둔화는 시간의 경험 방식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러한 이야기는 <느린 풍경〉시리즈를 통해 나타난다. 느린 풍경은 속도를 줄이고 볼 때만 보이는 풍경이다. <느린 풍경〉시리즈에서 그는 우리의 삶의 속도를 자동차의 속도에 비유한다. 그러므로 〈느린 풍경〉시리즈에서 자동차의 속도란 물리적 속도를 말하는 것이 아닌 환경에 내맡긴 성찰이 배제된 상징적 속도와 시간을 의미한다. 그 속도를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속도라고 한다면, 김선두는 이러한 속도에서 삶에 대한 진실의 세계와 마주할 수 있는 반성의 계기와 기회는 생기지 않는다고 여긴다. 따라서 내가 의식적으로 반성하지 않는 속도에서 마주하는 세계에서는 원인과 결과를 내포한 총체적 진실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단편적인 최종의 목적지만 보이게 된다. 그에게 자동차의 속도란 과정이 생략된 채 출발지점과 목적지만을 연결하는 것이다. 또한 그 속도를 유지하는 뒷면에는 이득을 향한 관성과 타성이 존재하게 된다.

〈느린 풍경〉시리즈에서 그는 어떤 세계의 진실이 보이는 순간이 있다면, 그 순간은 유턴을 위해 멈춰 섰을 때이거나 아니면 심하게 굽은 길에서 속도를 줄일 때라고 말한다. 도심의 번잡한 길이 아닌 경우, 이러한 길에는 효율성을 위해 대개 신호등 대신 커다란 반사경이 서있다. 반사경은 내가 지나온 길을 보여준다. 속도를 줄이거나 멈춰서 내가 지나온 길을 볼 수 있을 때만 앞과 뒤가 모두 보인다. 세계의 진실을 보려면 상대적인 세계의 양면을 모두 봐야 하는 것처럼, 〈느린 풍경〉시리즈에서 김선두는 ‘느림’과 ‘멈춤’을 감각과 인식의 환기를 위한 전위로 사용하면서, 앞과 뒤가 모두 보이는 부감시(俯瞰視)로 구성된 전경(全景)을 통해 우리에게 통찰(洞察)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나에게로 U턴하다〉(2019)에 이르면 김선두의 메시지는 더욱 분명하고 강해진다. 길을 간다고 언제나 유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호가 빨간 불로 바뀌어 멈춰 섰을 때만 유턴의 기회가 생긴다. 즉 조건이 생겨야 가능한 것이 된다. 이러한 상황을 우리의 삶과 상징적 비유로 연결해 보자. “나에게로 U턴”을 나의 본성으로 돌아갈 기회라고 해석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의지로 삶을 반성하고 선택하고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김선두는 그 생각조차 반성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불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김선두는 여기에서 나의 의지만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의지를 생겨나게 한 조건을 동시에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일상과 일상의 건너편, 일탈을 동시에 볼 때만 가능하다. 나아가 일탈이 일상이 되고, 그 일상이 다시 일탈이 되는 인식의 전환이 자유롭게 이루어져야만 가능하다. 김선두는 그러한 전환이 가능할 때 보이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별을 보여드립니다〉시리즈를 통해 하고 있다. 반짝이는 것들, 아름다운 것들은 고정된 형태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반짝임을 느낄 때, 아름다움을 느낄 때 그 아름다움의 절정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짝임이나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은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는 순간이다. 그래서 말라가는 호박 넝쿨에서도 길가의 담쟁이에서도, 해바라기나 허수아비에서도 그것들이 존재하는 이유와 나와의 관계의 의미를 느낄 때 삶의 진실이 반짝이듯 드러난다고 말한다. 물론 그 순간에는 모든 사물이 새롭게 보인다. 예를 들면〈철조망 블루스〉(2019)가 있다. 인식의 전환이 일어난 순간, 담장 위 철조망에 앉은 새들의 모습에서도 자연의 절주를 들을 수 있게 되는 눈을 갖게 되는 것이다.

김선두의 상대적 세계를 동시에 보는 안목이 빛을 발하는 작품은 〈마른 도미〉(2019)이다. 생선 배를 갈라 등이 맞붙어있는 상태로 양쪽으로 벌려 말려 놓은 건어물에서 김선두가 본 것은 양옆으로 된 한 몸이 벌어졌을 때, 즉 상대적으로 구성된 세계가 한쪽으로만 보이게 될 때, 죽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때 생선의 입장에서는 안팎의 전도가 생긴다. 상대적 세계를 하나의 입장에서만 보면 생명을 구성하는 총체의 의미가 사라진다. 인식의 세계에서 개념에 의해 하나가 둘로 쪼개졌을 때, 여전히 모든 요소가 유실되지 않은 부분의 조합을 지니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마르고 비틀어진 생기 없는 피부처럼 죽음의 세계를 볼 뿐이라는 것이다. 김선두가〈마른 도미〉(2019)의 죽음을 좀 더 확장하여 이야기하고 있는 작업이 <유혹〉(2019) 시리즈이다. 꽃처럼 보이는 회 접시나 파리지옥의 벌어진 잎, 사과의 단면 모두 색채에서 비릿한 죽음의 냄새를 풍긴다. 이들 작품에서는 두 가지 상반된 이미지가 동시에 공존한다. “화사한 꽃과 비릿한 회”, “벌어진 꽃잎과 곤충의 죽음”, “성적 유혹과 말라비틀어짐”,이와 같은 생성과 죽음의 이미지가 공존한다. 죽음의 냄새는 유혹을 동반한다. 시인 유하가 「오징어」(1991)에서 “의심하라 모든 광명을”이라고 외쳤던 것처럼 김선두 또한 유혹과 이해관계가 형성하는 죽음의 변증법을 노래하고 있다.

이 유혹에 내재한 죽음을 보는 힘, 사물에 숨겨진 진실을 이해하는 힘은 ‘멈춤’이나 ‘느림’, ‘일탈’과 ‘전위’의 상대적 관점에서 동시에 보는 눈을 소유하는 것에서 온다. 따라서 일탈은 초월이다. 상대적 세계를 동시에 보려면 상대적 관점 어느 곳에도 얽매여 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선두는 ‘가치’의 세계에서 ‘가치’로만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 가치로 위장한 비가치를 알아보는 통찰의 시선을 갖출수 있는 방법론이란 상대적 가치의 세계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초월적 시선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있어서는 그 초월적 시선을 확보하는 실천이 ‘느림’이나 ‘멈춤’의 아방가르드이다.

학고재(Hakgojae Gallery) SNS

다음은 전통적인 철학과 정신을 현대미술의 어법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선구자들의 전시를 꾸준히 선보이며 한국 미술을 알리는 갤러리 학고재(學古齋, Hakgojae Gallery )의 2020년 전시 라인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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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재 갤러리 2020 전시 라인업 / 자료=학고재

이번 전시의 아티스트 김선두는 중앙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현재 동 대학에서 교수로 한국화를 후학에게 가르치는 정통 한국화 아티스트다. 그는 한국화 작업에서 다져진 그의 특별한 능력을 그만의 다양하고 통찰(洞察)적 시각으로 동시대 한국현대미술을 세계에 알리며 자유롭게 진화하는 한국 미술의 아이콘이다. 이번 개인전은 학고재 본관에서 3월 1일까지다.

김창만 기자 chang@asiaart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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