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8 05:20  |  아트&아티스트

‘끝없는 여지’ 展,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전시되는 민주인권기념관의 두 번째 기획전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임민욱 작가 기획, 국내외 젊은 예술가 13팀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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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남영동 대공분실이었던 민주인권기념관 이관식 / 사진=민주인권기념관
[아시아아츠 = 김창만 기자]
옛 남영동 대공분실이었던 민주인권기념관에서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임민욱 작가의 기획으로 ‘끝없는 여지(Endless Void)’ 展이 5일부터 18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임민욱 작가가 총괄 기획하고, 강라겸, 강은교, 강은구, 김예슬, 배선영, 배한솔, 엄지은, 이유지아, 이이난, 정명우, 정민지, 주혜영, 하고로모오카모토 등 국내외 젊은 예술가 13팀이 참여한다.


민주인권기념관 / 페이스북

‘끝없는 여지(Endless Void)’ 展은 1970~80년대 인권유린과 탄압의 공간이었던 남영동 대공분실을 13명의청년 작가들의 시선으로 재해석하여 오브제 및 영상설치, 퍼포먼스 등 다원예술 프로그램을 구성해 선보인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본관 1층에서 5층까지 펼쳐지는 공연을 건물 외부에서 사다리차로 소수의 관람객이 스캔하듯 올라가며 관람하는 ‘내일의연대기(강은구)’, 5층 조사실 창문에서 바깥을 향해 물을흘려 내보내는 ‘분실(김예슬)’, 남영동 공간의 온도와 공포를 작가의 몸으로 상징하는 퍼포먼스 ‘목소리와온도(오카모토 하고로모)’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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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여지’ 展, 전시 스케줄 / 사진=민주인권기념관
그 외에도 본관 3층과 4층을활용한 영상전시 및 설치전시, 건물 내외의 다양한 퍼포먼스가 전시 기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8일(화) 오후 1시에는 민주인권기념관본관 앞에서 이번 전시의 오픈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 작가 작품소개

강라겸 Ragyeom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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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한 재료로서의 피부, 폭력의 역사를 기록하는 가이드, 2019, 관객과의 일대일 퍼포먼스 / 사진=민주인권기념관 ⓒ배한솔 작가
사람의 피부에 잉크를 주입해 기록하는 문신은 주체성에 대한 두 가지 극단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자신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고, 폭력에 의한 낙인이기도 했다. 폭력의 역사가 있는 공간에서, 역사의 흔적을 물리적인 상흔으로 피부에 기록하여 이전의 몸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음을 인지한 신체는 행위 이후로 무엇을 남기는가? 전 남영동 대공분실, 현 민주인권기념관의 공간을 피부에 기록하고자 주체적으로 선택한 사람은 작가의 일대일 관객이자 동시에 퍼포머이며, 작품의 모델이 된다.

강은교 Eunkyo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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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ear Resolution, 2019, 멀티미디어 설치, 수조박스(각 40X840X290mm), 사진(각 45X65mm), 매트지, 우퍼, 스피커, 가변 / 사진=민주인권기념관 ⓒ배한솔 작가
얕은 수조에 담긴 물은 투명한 레이어로 기능하고, 그 너머에 어떤 내용이 보인다. 투명한 레이어는 내용을 보호하면서도 관찰자와 내용 사이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최소한으로 개입하며 둘의 관계를 유지한다. 그러나 레이어의 투명한 본질은 불가피한 외부 자극을 만나 흔들린다. 흔들리는 투명함은 왜곡의 수단으로 변해버린다.

김예슬 Yesul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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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 2019, 5층 분실 수도에 호스 연결 / 사진=민주인권기념관 ⓒ배한솔 작가
5층에 위치한 각각의 분실에 수도 호스를 연결하여 좁다란 창 너머로 물이 흘러나오도록 한다. 상수도시설은 1차 경제개발계획이 수립된 1960년대부터 급속한 산업화,도시화와 함께, 기반시설을 확립하기위해 대대적인 계획과 투자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대공분실의 상수도 시설은 잘 작동하고 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고도 할 수 있는 상수도 보급은 인권을 박탈하는 형태로도, 경제발전과 함께 이루어졌다.

배선영 Sunyoung 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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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2019, 믹스미디어 가변 설치 / 사진=민주인권기념관 ⓒ배한솔 작가

배한솔 Hansol 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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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2019, 싱글채널 비디오, 컬러 및 사운드, 4K, 11분 / 사진=민주인권기념관 ⓒ배한솔 작가
유니폼은 집단에 소속한 인원이 조직 활동에 참여할 때 입는 의복이다. 집단의 조건에 맞는 기능과 대표적인 장식 등을 구비하여 착용자에게 소속감을 주며 외부와 그들을 구별한다.유니폼 중에도 청결의 그늘 밑에 가려진 미화 근무복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명칭을 가지고 있는 것의 모순을 탐색하고, 의복의 오래된 유적의 형상으로 과거를 해석하는 의의와 앞으로 올 시간에 남겨질 자화상에 대해 질문해보고자 한다.

엄지은 Jieun U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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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빛, 2019, 싱글채널비디오, 컬러, 사운드, 4K, 16분 / 사진=민주인권기념관 ⓒ배한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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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부피만큼의 믿음, 2019, 우산살, 벨로아, 레이스, 건물 곳곳 설치 / 사진=민주인권기념관 ⓒ배한솔 작가
작업은 이근안이라는 고문기술자가 목사안수를 받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사울(바울)이라는 인물로 비유된 사건에서 시작한다. 한국에서는 바울신학에서는 율법보다 믿음을 강조하고 믿음으로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쉽게 독해한다. 이러한 보편주의에 대한 획일적 이해는 죄지은 자들이 쉬이 종교의 그늘에 들어갈 수 있는 장치가 된다. 영상은 대공분실과 그 주변 공간들의 구조적 특성을 경유해 상징화된 역사에서 빗겨나간 이야기, 감각들을 풀어간다.

이유지아 Yujia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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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한 모듈러, 2019, 2채널 비디오(HD) 설치, 도면 드로잉, 가변크기 / 사진=민주인권기념관 ⓒ배한솔 작가
두 개의 모니터가 서로 마주 보고 서 있다. 각각의 모니터는 자신 앞에 서 있는 모니터 혹은 두 모니터 사이를 가르는 관람객에게 소망과 신조를 웅변한다. 그러나 두 개의 모니터가 내지르는 말은 고문 당시 사용한 비누냄새가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공포를 환기시키는 대상이 된 것처럼 오류가 발생한다. 일상 속에 존재했었고,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은밀한 폭력은 이 오류를 통해 확인된다.

이이난 Yinan 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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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비, 2019, 오브제 설치, 행운목, 실, 나뭇가지, 가변크기 / 사진=민주인권기념관 ⓒ배한솔 작가
이곳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기념하는 것일까? 기념하려는 대상을 언급하지 않은체 '기념비'라고 둔탁하게 명명된 살아있는 오브제는, 정확한 규명 없이 진실에 이름을 붙이지 않음으로써 망각과 기록으로 종결되는 시간에 저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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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서는 시간, 2019, 사운드 오브제 설치, 마이크스탠드, 실, 가변크기 / 사진=민주인권기념관 ⓒ배한솔 작가
누군가의 고통이 집결된 시간의 결정체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 이 작업은 1981년 학림사건으로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한달간 고문을 받았던, 지금은 민주인권기념관의 상설 직원이자 해설사로 있는 유해우의 시간을 흘려보내고 그 앞에 나란히 서는 사람들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 유해우 (필명 유동우) 1949.1.19 -" 1967-1970 천일섬유, 유림통상, 태성산업 등에서 편직공 생활. 폐병을 앓음. / 1937 부평공단 삼원섬유에서 다시 편직공 생활, 전국 섬유노동조합 경기지부 조직부장 / 1974 노조해산 강압으로 조합원 제명, 해고, 구속 / 1979 안양근로자회관 노동상담, 교육활동 / 1981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 연행, ‘학림사건'고문 조작피해 / 현재 민주인권기념관 건립 예정지 보안관리소장 "


정명우 Myungwoo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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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치기, 2019, 싱글 채널 비디오, 15분 / 사진=민주인권기념관 ⓒ배한솔 작가
벽치기는 테니스에서 상대를 찾지 못한 사람이 벽을 치면서 몸을 워밍업하는 일종의 훈련이다. 홀로 최대한 오래 동안 벽에 공을 치면서 자세를 교정하거나 여러 상황에 대처하는 폼을 익힌다. 정명우는 남영동 대공분실 테니스장에서 그 훈련을 진행하였다. 작업 벽치기는 대공분실에 있는 테니스장의 의미를 되새기며 역사를 다루는 예술의 의미를 점검한다

정민지 Minji 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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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2019, 레진·꽃, 가변설치 / 사진=민주인권기념관 ⓒ배한솔 작가
구름의 영문명과 디지털 저장소의 명칭을 이용한 말장난에서 시작되었다. 수많은 결정체/데이터가 모여 만들어지는 구름/클라우드처럼, 식물의 주검을 품은 보석들은 운집하여 하나의 기념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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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사실, 2019, 스테인리스, 지름 약 190cm / 사진=민주인권기념관 ⓒ배한솔 작가
인터넷 상에서 유령처럼 떠도는 외국의 괴담으로부터 모티브를 얻은 설치 작업이다. 수상한 시설 안에서 뒤쫓긴 끝에 삶이 송두리째 뒤바뀌어버렸다는 이야기는 작업의 설치 장소와 어딘가 닮아 있다. 극히 단순한 구조와 설치 방식을 통해 작업이 놓인 장소로부터 느낄 수 있는 감각으로 관객을 이끈다.

강은구 EunGoo Kang

내일의 연대기 2019, 공연

금기의 건물이자 폭력과 인권 유린의 역사를 비밀스레 간직한 남영동 대공분실을 건물 외부에서 스캔하는 방식으로 역사와 사건들을 들여다 보고자 한다. 공연보기를 지원한 1명의 관람자는 스카이차에 탑승하여 1~5층까지 진행되는 총 9개의 공연을 창문너머로 감상하게 된다.

다른 관람객들은 스카이차에 올라 탄 1명의 관람자의 몸짓과 말로써 건물내부에서 벌어졌던 공연을 (대신해서) 볼 수 있다.

오카모토 하고로모 Okamoto Hagoromo

목소리와 온도 2019, 퍼포먼스, 설치

김수근이 설계한 수많은 건축물들은 대공분실과 같이 차갑기도 하고 올림픽경기장 같이 뜨겁기도 하다. 이런 이중적 태도로 공간을 설계했던 김수근과 같이 우리가 서있는 곳도 간혹 뜨겁고 또한 차갑기도 하 다. 작업은 이곳의 공포와 서늘한 온도에 기인한다. 퍼포머는 자신의 신체를 이용하여 온도를 측정하고 공포와 폭력의 공간을 건드리려는 시도를 한다.

주혜영

주체하는 신체 2019, 퍼포먼스, 약 20분

강유라, 김관지, 김소현, 김예은, 김은우, 김홍주, 남선희, 류정문, 박준성, 박희령, 배선영, 이민진, 이재은, 허윤경 그리고 협조에 유지영

김수근이 건축한 남영동 대공분실은 신체를 제한하고 통제하고 구속했다. 공기감은 공간에 처음 들어섰을 때 즉각적으로 신체를 반응하게 하는 분위기라고 할 수 있는데, 공간에 존재의 형태를 결정하는 요인된다. 주체적인 신체가 되는 것을 목적으로 퍼포머들의 목적이 계획된 움직임으로 공간에 전위한다. 공간과 신체가 서로 얽히며 만들어내는 다양한 이야기와 움직임을 통해 공기감을 다시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 전략이다. 이제 이 공간에서 일어나야 할 움직임의 방향은 주체적인 신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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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여지’ 展, / 사진=민주인권기념관

기획을 맡은 임민욱 작가는 “폭력은 불멸하고 민주와 인권은 기념할수도, 개념화할 수도 없다”면서 “내일의 민주인권기념관이 다시 태어나서 해야 할 일은 역사적 비극의 장소로서 눈물에 호소하는 일이 아니라, 근대가 실패하는 일이 기억의 박제화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다음과 같이 전시취지를 설명한다.

" 예술은 치유하는 대신 또다시 도래하는 폭력을 예견할 뿐입니다.

<끝없는 여지(Endless Void)> 전에 참여한 13명의 청년작가들은 옛 남영동 대공분실이 민주인권기념관으로재탄생하기 이전, 그 사이의 공간과 시간대로 걸어 들어가 기억의 (불)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과거의 것, 타인의 고통, 당사자들만의 문제라며 근엄하게 선을 긋는 이들을 향해, 그것은 상상할 수 있는 일, 사람이 저지른 일, 당사자가 아니라 타인이 기억해줘야 할 일이라고 말합니다.

이 곳에 자리한 작품들은 장르를 혼합한 퍼포먼스와 영상, 설치 작품등입니다. 작가들은 전체주의를 경계합니다. 이 작품들이 똑같이그리지도, 똑바로 답하는 태도도 거부하는 이유입니다. '똑같이' 하라는 요구는 그 때의 대공수사관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남영동 대공분실이감추려 했던 것에서 멀어지지 않기. 쉽게 결론 내지 않기. 이끝없는 가장자리 속에서 이미지를 구하려고 합니다. 그것이 이 장소가 던지는 엄중한 요청일 것입니다.

폭력은 불멸하고 민주와 인권은 기념할 수도, 개념화할 수도 없습니다. 내일의 민주인권기념관이 다시 태어나서 해야 할 일은 역사적 비극의 장소로서 눈물에 호소하는 일이 아니라, 근대가 실패하는 일이 기억의 박제화라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예술로비관주의를 조직하며 더 살아내서 더 오래 울고 더 오래 상처 입는 불멸의 민주주의로 지키려는 청년 작가들의 실험과 고민들을 함께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기획자의 글 - 임민욱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지선 이사장은 “이번 전시는 젊은 예술가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이 공간을 기억하고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개최 의의를 말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핵심 동력인 민주화운동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위해 설립된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지난해 12월경찰청 인권센터로 운영되던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이관받아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도 과거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일어난 고문사건의 피해 신고를 접수하여 민주인권기념관 조성을 위한 소중한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며, 전시콘텐츠 구성이나 고문피해자 인터뷰 사업 등으로 연계될 예정이다.

김창만 기자 chang@asiaart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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