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9 12:23  |  회고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예약제 개방형 ‘특별수장고’ 운영

김정숙, 임응식, 한기석, 황규백 4인 작가의 기증작품 800여 점 수장
소장품 정보 뷰어(Viewer)를 통해 소장품 연구 자료의 지속적 구축과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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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예약제 개방형 ‘특별수장고’ / 사진=MMCA
[아시아아츠 = 김창만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지난 3일부터 예약제 개방형 수장고인‘특별수장고’를 운영 중이다.

특별수장고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기증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수장고로 김정숙(1917-1991, 조각), 임응식(1912-2001, 사진), 한기석(1930- 2011, 회화, 조각), 황규백(1932- , 회화, 판화)의 작품 800여 점을 수장하고 있다. 이 작품 중 상당수는 1971년부터 최근까지 작가와 유족, 개인 소장가에 의해 기증되었다.

청주관‘특별수장고’는 소장품 조사연구와 보존 관리 등 그동안 가시화되지 않았던 미술관의 핵심기능들을 전문 연구자와 관람객들에게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것을 운영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청주관은 작품의 기본적인 정보뿐 아니라 수집, 보존, 전시 이력, 작가에 대한 참고문헌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일련의 전문적 연구 과정을 구축했다. 방문객들은 작품의 고유번호를 수장고 내 ‘소장품 정보 뷰어’에 입력함으로써 소장품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내용을 스스로 찾아볼 수 있다.

김정숙, 임응식, 한기석, 황규백 등 4인의 작가는 한국 현대미술의 발전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예술가들로 이들은 모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과 회고전을 개최했다. ‘특별수장고’에서는 가족, 모성애 등을 주제로 했던 초기 작품부터 대표작인 '비상' 연작까지 김정숙의 조각, 공예작품을 비롯하여 1950년대 이후 한국 사진사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친 임응식의 사진, 1971년 국립현대미술관 첫 번째 영구 소장품으로 기록된 한기석의 회화, 조각 그리고 메조틴트 기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숙달한 세계적 작가 황규백의 판화 등 거장들의 작품세계를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연구할 수 있다.

특별수장고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체계적인 소장품 관리와 연구 기능을 보여줌과 동시에 기증작품의 점검과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위해 조성되었다. 작품 감상과 연구를 원하는 모든 방문객은 홈페이지 예약 신청 후 관리 요원의 안내에 따라 수장고에 입장할 수 있으며, 1회에 10명까지 가능하다. 청주관은 수장고 개방과 관계없이 상시 작품점검과 보존처리, 이력 조사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2020년부터는 일반 관람자들을 위한‘수장고 투어 프로그램(Behind the Scene)’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청주관 특별수장고는 2020년 하반기부터는 정기용, 문신, 김영주, 권진규의 소장품과 드로잉 아카이브 600여 점을 공개할 예정이다.

■ 작가 소개

김정숙 (1917-1991) |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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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1917-1991), '비상', 대리석, 113.5×62.5×19.2, 1980 / 사진=M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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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수장고 청주관 ,김정숙 수장고 / 사진=M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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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수장고 청주관 ,김정숙 수장고 / 사진=MMCA

김정숙(金貞淑)은 서울 태생의 근대 조각가이자 교육자이다. 홍익대학교 조각과 1회 졸업생으로 윤효중(尹孝重)이 그의 스승이다. 1955년과 1958년 두 차례에 걸친 미국 유학을 통해 추상조각과 칠보(七寶), 산업디자인을 배웠다. 유학시절 석조, 용접, 테라조 등 다양한 조각방식과 기술을 익힌 그는 홍익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용접조각의 도입과 후진 양성에 힘썼다. 1962년 서울 신문회관에서 개최된 개인전 '김정숙 조각전'을 시작으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총 9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1960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3차 국제미술협회 총회’, 1967년 '제9회 상파울루 비엔날레' 등 국제미술행사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바 있다. 또한 석주(石洲) 윤영자(尹英子, 1924-2016)와 함께 주축이 되어 ‘한국여류조각가협회’를 설립하고, ‘한국칠보작가협회’의 회장으로서 국내 칠보기술을 보급하는 등 국내외 예술가 그룹과 폭넓게 교류했다.

가족, 모성애 등을 주제로 반추상 조각을 선보이던 그의 초기 작품경향은 점차 자연주의, 생명주의 추상조각으로 이행한다. 새의 날개를 추상화한 '비상' 연작은 김정숙의 조각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김정숙 콜렉션은 84점으로, 상당수는 2001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개최한 10주기 전시 '자라나는 날개: 김정숙전' 이후로 고인의 유족이 기증한 작품들이다. 인체와 자연을 주제로 한 추상조각이지만 안료를 뿌리거나 섞이게 하는 칠보(七寶)기법의 공예작품과 드로잉도 포함되어 있다.

임응식 (1912-2001)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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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응식 (1912-2001), '나목', 인화지에 사진(흑백), 56×40, 1953 / 사진=M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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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수장고 청주관 , 임응식 수장고 / 사진=M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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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수장고 청주관 , 임응식 수장고 / 사진=MMCA

임응식(林應植)은 부산 태생으로 인간 생활사를 기록한 사진작가이자 교육자이다. 1926년에 큰형으로부터 어린이용 카메라를 선물받은 이후 지속적으로 사진술을 익혀두었던 임응식은 부산여광사진구락부(釜山黎光寫眞俱樂部)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이론을 배우기 시작한다. 예술사진에 대한 인식이 전무하던 시절, 그는 생업 수단으로서 강릉과 부산의 우편국 공무원으로 일하면서도 아마추어 사진가 그룹인 ‘강릉사우회’를 조직하거나 '제4, 5회 전조선사진살롱'에서 입선하는 등 활발한 사진활동을 보인다. 이후로도 임응식은 1946년 부산광화회(釜山光畵會), 1952년 한국사진작가협회 등 여러 사진단체를 조직하고 이끌면서 사진의 예술적 지위 확립을 주도하고 교육, 평론, 행정 등 다방면에서 한국 사진예술의 기틀 형성에 기여함으로써 ‘한국사진계의 선구자', ‘한국사진의 거목' 등으로 평가받게 된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최초의 사진작가 회고전 역시 1982년의 '임응식 회고전'이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나목'은 1955년도에 '미국사진연감 ’55(Photography Annual ’55)'에 수록되었으며, 이후 국제보도연맹에서 주최한 '외국 당선작품걸작사진전(1960)'에 출품되기도 했다.

한국전쟁 당시 종군사진가로서 전쟁의 참혹상을 목격한 임응식은 ‘생활주의 사진’ 이념을 주창한다. 이는 사회의 현실과 인간의 일상을 반영하는 리얼리즘(Realism) 계열의 사진으로, 1950년대 이후 사진사단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임응식 콜렉션은 1982년 개최된 '임응식 회고전' 이후 작가가 기증한 150여 점을 포함한 418점이다. 초기작에 해당하는 살롱주의 예술사진을 비롯하여 동료 예술인들을 찍은 초상사진, 전통문화를 기록한 고건축(古建築) 사진, 그리고 전후 한국의 현실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명동(明洞) 연작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기석 (1930-2011) | 회화,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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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1930-2011), ' 감나무(Persimmon tree), 오일, 아크릴, 61x46cm, 1998 / 사진=u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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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수장고 청주관 , 한기석 수장고 / 사진=M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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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수장고 청주관 , 한기석 수장고 / 사진=MMCA

한농(韓農) 한기석(韓己錫)은 서울에서 출생하여 법학을 전공했던 작가이다. 1952년 미국으로 건너가 농(Nong)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다 1980년대 중반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농(農)이라는 호는 장차 선비가 되기를 바랐던 한기석의 부친이 지어준 것으로, 그는 ‘농’이란 “구름 위의 시선(詩仙) 혹은 주선(酒仙) 같은 존재”라고 설명한다. 1960년대 중반부터 프랑스, 미국, 일본의 주요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1971년 신세계 화랑에서 개최한 개인전 '농Nong전'을 통해 국내 화단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2002년 가나아트갤러리 기획초대전 '한농 개인전', 2004년 YTN 개국 10주년 기념전시 '한농 한기석 화백 특별전' 등에 참여하며 국내 활동의 폭을 넓혔다. 특히 그의 대표작 '감나무(Persimmon tree, 1996)'는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세계유엔연맹협회(WFUNA) 창설 50주년 기념 우표의 도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유년 시절 한학(漢學)을 학습하면서 자연스럽게 불가(佛家), 유가(儒家), 도가(道家) 등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그는 동양적 정서를 바탕으로 자연의 이미지를 형상화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한기석 콜렉션은 84점으로, 작품의 상당수는 신세계 화랑 개인전에 출품했던 작품들이다. 그의 콜렉션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첫 번째 영구 소장작품이기도 하다. 산, 달, 항아리 등을 간결한 선과 형태, 중후한 질감으로 표현한 회화작품과 해변에서 주운 돌을 가지고 재료의 형태를 최대한 파손하지 않으면서 사람과 동물을 추상화된 형상으로 만든 조각작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황규백 (1932- ) | 회화, 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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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백 (b.1932), '거북과 토끼', 종이에 동판화,메조틴트, 50x44cm, 1983 / 사진=M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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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수장고 청주관 , 황규백 수장고 / 사진=M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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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수장고 청주관 , 황규백 수장고 / 사진=MMCA

황규백(黃圭伯)은 부산 태생으로 메조틴트(mezzotint, 동판화 기법) 기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숙달한 판화가이다. 1968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의 에꼴 뒤 루브르(Éole du Louvre) 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고 판화 공방인 S.W. 헤이터의 아틀리에17(S. W. Hayter - Atelier 17)에서 일하면서 판화를 배웠다. 1970년 뉴욕에 정착한 이후 약 30년간 해외에서 활동하다가 2000년에 귀국하여 작품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황규백은 '루브리아나 판화 비엔날레,(1979, 1981)', '브래드포드 판화 비엔날레,(1974)' 등 다수의 국제 판화 비엔날레에서 수상했으며, 그의 작품은 뉴욕현대미술관, 파리현대미술관, 대영박물관, 빅토리아&알버트 박물관, 알베르티나 박물관 등 주요 기관에 소장되었다. 특히 1984년에는 앤디 워홀(Andy Warhol),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를 비롯하여 당시 세계적으로 주목받던 작가들이 참여한 ‘사라예보 동계올림픽’ 공식 포스터 제작을 위한 작품집 'Art and Sports Portfolio'에 '거북과 토끼(The Tortoise and the Hare)'가 수록되면서 작가로서의 위상이 더욱 공고해졌다.

황규백은 메조틴트 기법이 지닌 섬세한 묘사와 작가 특유의 시(詩)적이고 명료한 이미지를 집약하여 독특한 조형세계를 구축한다. 당시의 많은 메조틴트 작품과는 달리 배경을 밝은 회색 계열의 부드러운 톤으로 완성시켰다는 점 또한 특기할 만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황규백의 콜렉션은 2015년 개최된 '황규백: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이후 작가가 기증한 225점을 포함한 231점이다. 꽃, 손수건, 우산 등 일상의 사물을 독특하게 배치하여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표현한 판화작품이 대다수를 차지하며, 최근 제작된 유화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청주관 이영주 학예사는 “특별수장고는 기존의 폐쇄적 수장고 기능을 전환하는 새로운 형태의 수장 공간으로,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개방하는 것이 아닌 소장품을 둘러싼 다양한 정보와 연구 기록들을 대중과 공유하고 나누는 것에 의미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창만 기자 chang@asiaart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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