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2 08:10  |  아트&아티스트

학고재, 검은 선의 아티스트 박광수 개인전 '영영 없으리'

박광수 개인전 '영영 없으리'
학고재 신관 | 2019. 12. 11. – 2020. 0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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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개인전 '영영 없으리' 전시전경 / 사진=학고재
[아시아아츠 = 김창만 기자]
우리 시대 청년작가를 조명하는 전시를 꾸준히 개최해온 학고재가 11일부터 내년 1월 12일까지 삼청동 학고재 신관에서 무채색의 아티스트 박광수(b. 1984, 강원도 철원)의 개인전 '영영 없으리'를 시작했다.

박광수는 검은 선으로 메운 견고한 화면으로 주목 받는 청년작가다. 추상적인 화면 속에 다양한 형상이 숨어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새로운 기법으로 제작한 신작 회화25점과 드로잉 5점, 영상 1점을 조명한다.

지난달 추상화가 지근욱(b. 1985, 서울) 개인전 '선분의 영역'에 이어 학고재 갤러리는 동시대 미술계의 동향을 살피고 나아갈 내일을 준비하기위해서 꾸준히 우리 시대 청년작가를 조명하는 전시를 해오고 있다.

학고재는 지난 2016년 허수영(b. 1984, 서울) 개인전, 2017년 이우성(b. 1983, 서울) 개인전을 열었다. '직관 2017(2017)', '모티프(2018)' 등 청년작가단체전을 연이어 기획하기도 했다. 오는 2020년 중에는 장재민(b. 1984, 경상남도 진해) 개인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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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개인전 '영영 없으리' 전시전경 / 사진=학고재

■ 박광수 개인전 '영영 없으리' - 전시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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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검은 숲 속 Dark Forest', 2019,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53x40.9cm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Hakgoja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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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검은 숲 속 Dark Forest', 2018,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53x40.9cm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Hakgoja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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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깊이 - 먼 산 Depth - A Distant Mountain', 2019,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116.8x80.3cm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Hakgoja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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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두루미의 숲 The Red-crowned Crane_s Forest', 2019,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116.8x80.3cm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Hakgojae Gallery

흑백의 명도로 그린 세계 – 시공간의 흐름을 내포한 화면

아티스트 박광수는 풍경과 인물의 경계를 흐트러뜨려 모호한 장면을 이끌어낸다. 일상적 풍경을 확장하고, 공상의 세계로 나아간다. 박광수의 선은 역할을 바꿔가며 화면 속 세계를 확장해 나간다. 박광수는 자신의 작업이 어두운 숲속을 더듬어 가는 길 같다고 한다. 의식 너머에 숨은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다양한 명도의 흑백 선이 중첩하며 우거진다.

선은 숲의 윤곽이 되고, 어두움이 된다. 숲은 미지의 생명이 꿈틀대는 장소다. 꿈과 현실의 경계이자 태초의 무의식이 자리한 공간이다. 숲이 무성해질수록 형상은 모호해진다. 선이 흐릿해질 수록 숨은 존재가 모습을 드러낸다.

박광수의 화면은 시간에 대한 감각을 일깨운다. 생겨났다 소멸하고, 변화하는 형상이 서사의 진행을 암시한다. 미술비평가 곽영빈은 서문에 “대상이 ‘매 순간 진동하며 움직인다’는 것은 그의 작업이 ‘시간적’이라는 것을 뜻한다”고 썼다.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일련의 과정을 포용하는 화면이다.

박광수의 말처럼, 대상들은 “늙어가는 사람, 불타 없어지는 에너지, 추락해서 부서지는 선들”이며 “이러한 사라짐의 사건들을 응시하는 존재”다. 그의 화면은 결론을 유예한 채 모호하게 흘러가는 서사를 박제한다.

대상이 형상과 명암의 경계를 흐리며 자라난다. 주로 흑백의 세계다. 색채의 사용을 의식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행위와 구성 논리에 더욱 초점을 맞춘다. 채도가 없는 세상에서 시각은 명도에 의존한다. 어둠 속에 서서 바라보는 것처럼 대상과 나 사이 거리감이 극대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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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깊이 - 골짜기 Depth - Valley', 2019,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116.8x80.3cm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Hakgoja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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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검은 숲 속 Dark Forest', 2019,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53x40.9cm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Hakgoja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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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부엉이의 밤 Owl_s Night', 2019,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116.8x80.3cm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Hakgoja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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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크래커 059 Cracker 059', 2019, 종이에 잉크 Ink on paper, 18x12.5cm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Hakgojae Gallery

새로운 기법, 깊어진 화면 – 박광수의 최근작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

이번 전시에서는 박광수가 새로운 기법으로 작업한 최근작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숨은 서사를 강조한 기존의 화면에서 나아가, 근작에서는 표현의 변주가 돋보인다. 번짐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선의 명도 차이를 극대화했다. 몽환적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화면은 더욱 깊어졌다.뚜렷한 선과 안개처럼 뿌연 흔적이 교차하며 평면 위에 광활한 공간감을 구현해낸다.

전시명인 ‘영영 없으리’는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49)의 이야기 시 「갈가마귀 The Raven」(1845)에서 차용한 문구다. 연인을 잃고 슬픔에 잠긴 화자의 방에 갈가마귀가 찾아와 읊는 대사다.

영영 돌아오지 못할 인물에 대한 화자의 희망과 갈가마귀의 절망이 반복적으로 교차한다. 인물의 부재에반응하는 의식과 무의식, 감성과 이성 간의 대립이다. 박광수의 화면에 맞닿은 서사다.

■ 작품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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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두 나무 Two Trees', 2019,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116.8x80.3cm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Hakgoja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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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형제나무', 213x150cm, 종이에 아크릴, 2015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두 나무(2019)'는 집 근처의 공원에서 목격한 나무의 형상을 소재로 한 회화다. 지난 2015년도에 그린 '형제 나무(2015)'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업이다. 전작에 비해 나무의 윤곽이 눈에 띄게 불분명하다. 묘사는 단순해지고, 배경이 형상 속에 난입한다. 나란히 선 두 나무가 경계를 허물고 하나가 되는 과정같다.

박광수의 선은 형태를 이루는 동시에 해체한다. 짤막한 붓질의 반복이 화면을 소란하게 만든다. 형상은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흩어진다. 흰 배경 위 무늬처럼 찍은 붓 자국의 모음이다. 서로 다른 크기와 거리를 지닌 붓의 흔적이 가상의 부피를 상상하도록 유도한다. 면적 없는 면적의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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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깊이 - 스티커 Depth - Sticker', 2019,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116.8x80.3cm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Hakgojae Gallery

'깊이 – 스티커(2019)'는 새 기법이 효과적으로 드러나는 작품 중 하나다. 인물의 형상이 눈에 띄게 나타난다. 기억을 더듬어 끄집어낸 듯 희미하고도 거대한 인영이 정면을응시한다. 관객과 시선이 맞닿는다. 관람의 주체와 객체가 모호해진다.

흐릿한 원경의 인물과 대조적으로, 근경의 도형들이 작고 또렷하다. 초점을 옮김에 따라 심도가 달라지는 시각 현상에서 영감을 얻었다. 눈의 조리개를 좁힐수록 시야의 심도는 깊어진다.

박광수는 거울을 떠올렸다. 거울 표면에 붙은 스티커에 초점을 맞추어바라보자 뒤에 비친 사람의 형상이 흐릿해지는 장면이다.

거울의 표면과 그것이 투영한 인물의 환영은 겹칠 듯 가까이 있음에도 닿을 수 없는 다른차원의 세계다. 하나의 세계를 응시하면, 다른 하나가 뿌옇게 사라진다. 박광수가 평면 위에 구현한 두 레이어의 관계가 시야의 깊이에 대한 고민을 효과적으로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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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60 페이지 60 Pages', 2012-19, 드로잉 애니메이션 Animated video, 반복 재생 Continuous loop, 150(h)x15x46cm (including plinth)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Hakgoja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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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60 페이지 (스틸 이미지) 60 Pages (Still image)', 2012-19, 드로잉 애니메이션 Animated video, 반복 재생 Continuous loop, 150(h)x15x46cm (including plinth)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Hakgojae Gallery

'60 페이지(2012~19)'는 드로잉 60 점 4세트로 구성한 반복 재생 애니메이션이다. 60은 시간성을 상징하기 위해 택한 수다. 병원에서 잠든 환자들의 모습을 소재로 그린 드로잉을 재료로 했다.

원본 위에 빈 종이를 얹고 희미하게 비치는 윤곽을 따라 복제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총 240점의 서로 닮은 드로잉이 순차적으로 재생된다.각각의 형상이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며 끊임없이 진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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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큰 여울의 깊이 Depth of Great Rapids' 전시전경 / 사진=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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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큰 여울의 깊이 Depth of Great Rapids', 2019,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259x775cm (259x193cm x4)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Hakgojae Gallery

'큰 여울의 깊이(2019)'는 200호 4폭으로 이루어진 대형 회화다. 고향인 철원의 한탄강을 떠올리며 제작했다. ‘큰 여울’은 한탄강의 옛 이름이다. 하천 바닥이 급경사를이루며 빠른 유속으로 흐르는 부분을 여울이라고 한다.

한탄강의 수면은 잔잔해 보이지만 사실 매우 빠르게 흐른다. 발 딛고 들어서면 비로소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는 유속과 용암 지대 특유의 거친 암석으로 된 지면을 느낄 수 있다. 겉보기에 알 수 없는 위험한 환경 탓에 실제 많은 인명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강 근처 노니는 사람들의 풍경을 소재로 추상적 화면을 구성했다. 일차적으로 보이는 사건과 이야기보다 표면 아래 내재한 속도와 깊이에 대하여 생각했다. 스티커처럼 화면에 붙은 기호와 형상들이 아래 층 휘몰아치는 붓질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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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박광수 (b. 1984, 강원도 철원) / 사진=학고재

아티스트 박광수 SNS

■ 아티스트 박광수 (b. 1984, 강원도 철원)

박광수는 1984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났다. 2008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금호미술관(서울), 인사미술공간(서울),두산갤러리(뉴욕, 서울)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서울시립미술관(서울), 아르코미술관(서울), 인천아트플랫폼(인천), 경기도미술관(안산) 등에서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등 주요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밴드 ‘혁오’의 앨범 타이틀곡 '톰보이Tomboy(2017)'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기도 했다. 제5회 종근당 예술지상, 제7회 두산연강예술상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에서 거주하며 작업 중이다.

개인전

2019 영영 없으리, 학고재, 서울

2018 흩날리는, 두산갤러리 뉴욕, 뉴욕

2017 부스러진, 두산갤러리 서울, 서울

2016 좀 더 어두운 숲, 금호미술관, 서울

2015 검은 바람, 모닥불 그리고 북소리, 신한갤러리, 서울

2014 워킹 인더 다크, 갤러리 쿤스트독, 서울

2013 반허공,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2012 맨 온 필로우,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 서울

2011 2001어 스페이스 콜로니, 갤러리비원, 서울

단체전

2019

칸 퍼레이드2019 – 칸쑈네: 타고난 버라이어티, 탈영역우정국, 서울
가능한 최선의 세계,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서울
예테보리국제도서전 – 67개의 밤, 스웨덴 전시·회의센터, 예테보리, 스웨덴
프리뷰, 학고재, 서울금호영아티스트: 16번의 태양과 69개의 눈, 금호미술관, 서울

DMZ, 문화역서울284, 서울

코끼리, 그림자, 바람, 경기도미술관, 안산

회화의 시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서울

기초조형연구Ⅰ, 일우스페이스, 서울

2018

북쪽의 숲, RX갤러리, 파리

제 5회 종근당 예술지상,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서울

2017

2017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 – 인간 X 기계 시스템, 빛고을아트스페이스, 광주

B컷 드로잉, 금호미술관, 서울

메모리 트릴로지, 갤러리 플래닛, 서울

2017 난지아트쇼 I – 20면체 분광기,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서울

2016

백야행성, 합정지구, 서울

블랙, 더 정글, 스페이스K, 대구

트윈 픽스, 하이트컬렉션, 서울

장소와 각주, 금천예술공장, 서울

더 애니메이션 쇼,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 부산

불명열, 갤러리 175, 서울

삼키기 힘든, 두산갤러리 서울, 서울

우드컷팅, 공간 가변크기, 서울

2015

홍성, 답다 – 얼굴, 초상, 군상, 이응노의 집, 홍성

디지펀아트 : 도시 풍경,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어쩌다보니, 애니메이션, 아트스페이스 오, 서울

회화 – 세상을 향한 모든 창들, 블루메미술관, 파주

우주는 대체로 텅 비어있다, 오픈베타공간 반지하, 서울

페르소나, 갤러리그림손, 서울

2014

살아있는 밤의 산책자, 지금여기, 서울

걷기, 리듬의 발견, AK갤러리, 수원

오늘의 살롱 2015, 커먼센터, 서울

아르코아카이브 프로젝트 1: 뉴 아카이브 매터리얼스, 아르코미술관 아르코아카이브, 서울

2013

2013플랫폼 아티스트 – 인천아트플랫폼 4기 입주예술가 결과보고,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공중시간, 성곡미술관, 서울

제 5 회 오프앤프리 국제확장영화예술제,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어린이 미디어아트 체험 – 미디어+놀이터, 트라이볼, 인천

I=EYE, 키미아트, 서울

2013 플랫폼 액세스,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12

우민극장 2012 만국박람회, 우민아트센터, 청주

점령,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2010

이해를 향한 오해, 송원아트센터, 서울

1+1, 짐 프로젝트, 서울

2009

광화문, 상상, 세종문화회관 광화랑, 서울

가변크기 2, 보다갤러리, 서울

가변크기 1, 토포하우스, 서울

2008

MoA 씨네포럼 4: 디지털 포트폴리오 – 6가지의 시각, 서울대학교 미술관, 서울

언 이디엇 위드 어 비디오 카메라 vol.1, 갤러리안단테, 서울

프로젝트

2017 혁오 정규 1집 앨범 <23> 타이틀곡 ‘톰보이(TOMBOY)’ 뮤직비디오

2012 광장사각廣場四角 – 홍승혜 (작품 협업), 아뜰리에 에르메스, 서울

레지던시

2018 두산레지던시 뉴욕, 뉴욕

2017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11기, 서울

2015 금천예술공장 7기, 서울

2014 금천예술공장 6기, 서울

2013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4기, 인천

2012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6기, 청주

수상

2016 제7회 두산연강예술상, 두산아트센터, 서울

제5회 종근당 예술지상, 종근당, 서울

작가 노트

긁적이는 속도 - 박광수 -
큰 벽에 붙어 이런저런 말과 형상을 긁어 그리며 앞으로의 전망을 생각해 본다.

눈과 손 사이에 그리기를 위한 어떤 얇고 긴, 통로로 된 근육이 있어 그 근육을 단련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 통로에 어떤 대상이 걸려 있는 상태. 어중간하고 두루뭉술한 형상으로 시각 세계에 드러나지 않은 형상들은 가장 작은 단위로 해체되고 허공에 부유한다.

공기 같은 그림들을 그려보고 싶었다.

과거와 미래의 끝이 아주 정교하게 맞물려 겹쳐있는 시간을 생각해본다.

불완전과 어눌함이 환대 받는 시각 세계를 생각해본다.

어떤 대상이 사라짐 이후 상태가 있다면 그 상태로 가는 통로 한가운데 있는 대상의 흔적들을 생각해본다.

이 물리적 세계에 발 디딘 것들에게 온전한 사라짐은 가능하지 않다는 걸 안다. 사라진 듯하지만 둘러보면 드러난다.

그들은 어디 멀리든 어느 구석이든 가게 되고 나는 그곳에 당도하기 전과 후의 과정에 위치한 그들을 기린다.

언어가 있기 이전과 이후를 생각한다.

사과를 굳이 사과라고 부르지 않아도 ‘사파’ 혹은 ‘ㅆ파ㅏㅏ’ 라고 불러도 되는 때를 생각한다.

거울에 붙은 사과 스티커를 본다. 스티커를 응시할수록 그 뒤의 나의 모습은 멀리 흐려지고 가까이 다가오기를 반복한다. 거울 너머와 스티커의 표면, 그 깊이감은 1-3cm 정도 되는 얇다면 얇은 두께로 인지되고 때로는 끝도 없는 바다의 깊이처럼 한없이 유영한다.

반투명한 선의 궤적이 표면 위에 얇게 쌓여 큰 그물을 이룬다. 속도와 방향이 있는 그물들이 뒤엉켜 이곳의 세계를 만든다. 형상과 배경은 서로를 뒤덮으며 침투하고 흐트러 놓는다. 형상들은 흔적만 남기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 다른 무언가로 변형되어 보이기도 한다.

맥락 없이 덧붙여진 그래픽 스티커나 이모티콘, 티슈에 끄적이던 그림을 몸에 새긴 타투,

이미지를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을까? 급하게 떠내려 오는 계곡물의 나뭇잎처럼 사실 대상은 불확정적인 경로로 존재감을 획득한다.

밴드 혁오의 톰보이 뮤직비디오(아티스트 박광수 애니메이션) / 혁오 공식 유튜브

아티스트 박광수는 밴드 혁오의 톰보이 뮤직비디오의 애니메이션으로 이슈가 된 바 있다. 아티스트 박광수의 자유로운 작품세계는 비평가의 어려운 해석도 필요 없다. 직접 보면서 자신이 느끼는 그대로가 정답이다.

때로는 직접 만든 각종 도구로 가늘고 굵은 검은 선과 색의 짙고 옅음, 흑백의 그라데이션을 통해 작품으로 만들어 내는 그의 무채색 예술세계는 계속 진화 중이다.

한편 학고재 본관에서는 플라스틱 등 합성 소재를 조각의 재료로 활용하여 작품 활동을 하는 이탈리아 아티스트 프랑코 마추켈리(Franco Mazzucchelli, b. 1939, 이탈리아 밀라노)의 아시아 첫 개인전 '프랑코 마추켈리: 고공 회전, 당신보다도 격렬한'을 11일부터 내년 1월 12일까지 전시 중이다.

김창만 기자 chang@asiaart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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