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9 08:30  |  아트&아티스트

작가들의 테이블?, 아티스트 강준영과 유지인 듀오전 'Artists’ Table' 展

강준영 X 유지인 듀오전 'Artists’ Table'
청담동 컨템포러리 아트 스페이스, 갤러리B. | 2019. 12. 20 - 2020. 0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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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과 유지인 듀오전 'Artists’ Table' 展 포스터 / 사진=갤러리B.
[아시아아츠 = 김창만 기자]
지난 6월 개관해 개관기념전 ‘Unlimited(언리미티드)’ 전시에 한국에 공개되지 않았던 피카소, 샤갈, 앤디워홀 등의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던 국내외 핫한 동시대 미술을 전시하는 청담동 갤러리 B.가 첫 번째 듀오전을 연다.

도자기나 캔버스 영상 작업으로 국내 및 해외에서 유명한 아티스트 강준영의 작품과 뉴욕에서 활동 중인 유지인 작가의 ‘ARTISTS' TABLE' (아티스트의 테이블)’ 전시를 20일부터 내년 1월 19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업실에서 옮겨온 테이블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더 관심받는 두 작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재미있는 테마로, 회화, 드로잉, 도자기, 유리공예의 장르를 넘나들며 한공간에서 각기 개성 강한 두 아티스트가 어떤 시너지로 우리 삶의 가족과 사랑 그리고 사회문제 들에 대해 풀어낼까 주목해 볼만하다.

강준영, 유지인, 두 작가는 물질을 다루고 형태를 완성해 가는 공예를 한다는 점은 같지만 서로 상반된 성향을 보인다. 첫째로 남자와 여자, 성별에서 느껴지는 차이가 그렇고, 사용하는 재료의 특성도 다르다.

강준영 작가는 부드러운 흙을 만져 오브제로 승화시키고, 유지인 작가는 날카롭게 절단한 유리로 작품을 창작한다. 강준영 작가는 주로 둥그렇게 빚어내는 작업, 유지인 작가는 주로 유리 등 거울을 깨트리고 베어내는 작업이 주를 이룬다.

전시 중 주목할만한 작품은 아티스트 강준영의 '우리가 선택한 기록이 사랑이 될 무렵(Do Buildings Really Have Memories?), 2019" 드로잉 시리즈와 아티스트 유지인의 유니크한 트레이드마크인 거울 및 혼합재료를 사용한 스테인글라스 The North 시리즈 'A Billion Mothers, 201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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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The First Duty Of Love Is To Listen! 〈2000일 간의 드로잉 中〉, 2019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Gallery B.

이번 전시에서 강준영은 도자 작업 이외에 건축가의 사각형 같은 도형의 이미지를 빌린 작가의 기하학적 조형언어를 사용하여 설계 도면을 풀어놓은 듯한 드로잉 작업을 펼친다. “Do Buildings Really Have Memories?”라는 영어 제목이 시사하듯 현대 건물들이 자본의 개입 없이 홈 스위트 홈의 가족에 대한 기억을 상징화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는 도자기를 빚는 섬세한 손길로 회화, 드로잉, 공예의 범주를 자유롭게 넘나 든다. 동양적인 도자기 위에 섬세한 골드 페인팅을 입힌 그래피티적 자유로움이 넘쳐나는 ‘XO시리즈’ 작업을 이어왔다.

작업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장르와 매체를 넘나들며 유연한 방식으로 우리 일상에 결코 빠질 수 없는 가족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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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인, A Billion Mothers ,거울, 스테인드 글라스 및 혼합, 2017 / 사진=Courtesy of the artist & Gallery B.

유니크한 아티스트 유지인은 뉴욕, 일본, 네덜란드 등 꾸준한 해외 활동을 해나가고 있는 공예 작가로 단순히 조각이나 형태를 넘어 힘 있는 상징적 메시지들에 장식성을 추가해 전달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녀는 억압과 폭력의 상징적 오브제와 선동적인 텍스트들을 거울 프레임에 문구를 이미지화하여 거울 조각 사이에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삽입, 조합해나가는 작업을 선보인다. 조각난 거울 속 깨어진 금들 사이로 텍스트와 함께 반사, 왜곡되어 드러나는 이미지들은 우리 사회의 이슈와 현상들을 비추어 준다.

작가 소개

아티스트 강준영(b.1979)

아티스트 강준영 SNS

강준영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도예, 유리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 도예과를 졸업했다. 도자기를 빚는 섬세한 손길로 회화, 드로잉, 공예의 범주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데뷔 초부터 주목을 받았으며 다양한 해외 갤러리들과 협업해 왔다.

동양적인 도자기 위에 섬세한 골드 페인팅을 입힌 그래피티적 자유로움이 넘쳐나는 ‘XO시리즈’ 작업이 있으며, 여러 브랜드와 협업 작업을 해왔다. LG 패션, 화장품 브랜드 NARS,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의 컬래버레이션, 페르노카 코리아와 함께 앱솔루트 보드카를 위한 개인적인 가족사가 담긴 ‘꽃’ 시리즈의 변형 작업도 선보인 바 있다. 2005년부터 꾸준히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해오고 있다

우리 일상에 결코 빠질 수 없는 가족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달하며 최근에는 'Un Passage'로 유명한 하태임 작가와 대안공간 을지로 리:플랫에서 2인전'직관의 드로잉'을 열었다.

아티스트 유지인(b.1982)

아티스트 유지인 SNS

유지인 작가는 건국대학교 공예학과를 졸업하고 2013년 런던 골드스미스 컬리지 순수미술 석사과정을 마쳤다. ‘유쥬쥬’라는 아티스트 명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특정한 미술문화의 흐름이나 표현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혼성적인 미적 전략에 골몰하여 반짝이는 거울 조각들로 이루어진 나이키 운동화나 권총 모양의 오브제를 제작한 바 있다. 유리 공예를 통해 단순히 조각이나 형태를 넘어 힘 있는 메시지들에 장식성을 추가하여 전달한다.

예술작업이 보여줄 수 있는 공감과 영감을 통해 사회 이슈와 현상들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게끔 만드는 작가다. 뉴욕, 일본, 네덜란드, 발리, 해외를 이주하며 활발한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206년부터 개인전과 단체전 등을 해오고 있으며 2017년 아시안 컬츄럴 카은슬 입주작가상, 2016년 OCI Young Creatives, 2015년 후쿠오타 아시아 아트 뮤지엄 레진더시 등 다수의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NARS FOUNDATION 뉴욕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입주작가로 참여했다.

■ 전시평론

'작가의 테이블: 강준영+유지인 2인전' | 글 오세원 (씨알콜렉티브 디렉터)

강준영과 유지인은 공예적인 태도를 장착하고 동시대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다. 여기서 공예적인 태도란 전 작업 과정의 통제, 제작의 숙련성을 중시하고 완벽한 마무리를 위해 작업을 자연스럽게 삶에 체화시키는 태도라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강준영과 유지인 두 작가의 제작과정이 벌어지는 ‘작업 테이블’을 중심으로 그들의 작품세계를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하겠다. 그리고 이 지점이 두 작가 모두 공예를 베이스로 한다는 태도적 장점을 강조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강준영은 도자작업과 함께 매일의 기록, 숙련의 과정으로서 드로잉 일기를 쓴다. 그에게 육아를 담당하는 작가로서 육아시간 외 “짬”을 작업에 온전히 쏟는 일, 짧고 굵게 집중력을 습관화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또한 거울 조각으로 억압과 복종의 관계를 탐구해온 유지인도 항상 작업에 필요한 제작과정을 직접 배워 작업한다.

강준영은 데일리 드로잉(Daily Drawing)을 베이스로 두 가지 타입의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다. 하나는 팝 아트(pop art)적인 퍼포먼스가 감각적인 색과 조형으로 드러나는 작업이 하나이고, 또 다른 하나는 2017년 씨알 콜렉티브에서 처음 선보인 전복적인 도자 작업 <똥장군> 시리즈와 2018년 분단 트라우마를 시각화하는 <서울, 서울, 서울 그리고 South와 North>시리즈 같은 동 시대성을 강조하는 작업이다.

강준영 작가가 유지인 작가와 함께 2인전을 구상하게 된 계기도 팝 적이고 물질성이 강한 작업을 보여주었던 유지인(당시 유쥬쥬라는 이름으로 활동) 작가의 북한 체제 내 언어인 “수령, Father”에 대한 신화의 속성을 해체하는 작업, <the North>를 접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 줄 작업은 강준영의 <서울, 서울, 서울 그리고 South 와 North>의 진화 버전인 <우리가 선택한 기록이 사랑이 될 무렵 Do buildings really have memories?> (pencil drawing, Korean ink, and glitter, 2019) 시리즈와 유지인의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는 <the North>시리즈이다.

강준영은 주변의 여러 정보와 감각들, 기억들을 아카이브(archive) 하듯이 드로잉으로 붙잡아두었다가 작업의 모티브로 삼는다. 특히 3대가 살아온 연희동의 추억과 함께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가족은 그에게 주요한 소재이다.

개인전 <똥장군: 그룹 ‘탈반’을 기억하며>로 장인, 장모님의 영향을 시사하고 젊은이들의 저항을 소환하려 했던 작가, 최루가스의 공격을 치약으로 모면했던 어릴 때 기억을 더듬어 치약 페인팅과 반공 포스터를 결합시켰던 강준영이다. 이번엔 비록 돌아가시고 지금은 안 계시지만 작가의 아버지는 건축가였다.

작가는 항상 건축설계를 위해 제도 작업을 하고 계시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당시의 어릴 때 제도라는 시각적 충격 이미지를 소환한다. 이제는 건축가에게 제도라는 과정은 컴퓨터 프로그램에 밀려 이미 과거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럼에도 아버지를 가장 멋진 최고의 아버지로 인식하게 했던 ‘제도 작업’을 이제 와서 작가 강준영이 소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은 어린 아들에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할아버지의 추억 한 자락을, 이제는 아버지가 된 작가가 그의 아버지에게 받았던 인상적인 아우라(aura)를 이번 시리즈를 통해 자식에게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은 것은 아닐까?

건축가의 제도 작업을 벤치마킹하면서 강준영은 사각형의 기하학적 조형언어와 동선의 표시로 등장하는 화살표 같은 상징언어들의 조합으로 구성된 새로운 평면을 만들어낸다. 특히 유화나 도자기 위 페인팅 등 상업적으로 온전하게 보존 가능한 재료에서 벗어나 연필이나 먹으로 드로잉=페인팅을 생산한다. 게다가 그에게 제도 이미지에 대한 정서는 아주 사적인 것뿐만 아니라, 놓치고 싶지 않은 페인팅에 대한 존중, 손이 만들어내는 감성, 이러한 낭만적인 노스탤지어(nostalgia) 이상을 드러낸다.

“Do buildings really have memories?”라는 영문 제목이 시사하듯 현대 건물들이 자본의 개입 없이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의 가족에 대한 기억을 상징화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아파트로 단지화된 찍어낸 블록 같은 집 문화에 대한 거부, 그의 아버지가 추구했던 공간의 동선이 아파트의 그것과는 다름을 추구한 인간 중심의 집이었음을 소환한다.

강준영은 결국 이러한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통해 현대사회에 여전히 팽배한 집단이기주의 이데올로기의 폐해로부터 개인성(individuality)를 기억하고 탈식민주의 가능한 언어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유지인 작가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2013년 거울을 소재로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제작된 <the North> 시리즈를 선보이기 시작, 2017에는 <K2>, <K5> 시리즈를 통해 독재에 의한 억압과 폭력의 상징적 오브제와 선동적인 텍스트들을 거울로 제작하여 관객들을 반사, 왜곡시켜 그 신화를 해체하고자 하였다.

다양한 거울 프레임에 “OBEY FATHER,” “FATHER YOU ARE MY STAR,” “HEROES,” 등 북한 내부 지도자를 신화화하는 선전문구를 이미지화하여 거울 조각 사이에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삽입, 조합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서 원초적으로 나타나는 증오와 찬미의 양자적 감정을 고스란히 사후적으로 또는 연기하여 발생하는 트라우마처럼 모든 인간의 정신적 심리적 증세 속에서 아버지, Father, 그리고 신의 문제가 발생시키는 여러 가지 양가적 모순과 함께 사회적 외상을 드러낸다. 이러한 문제를 거울이라는, 그것도 조각난 거울 속 텍스트와 함께 반사, 왜곡되어 드러나 의미하는 우리의 현실은 참담하다. 또한 작가는 거울 조각들로 대한민국의 자랑인 K2, K5 같은 권총 모양의 오브제를 제작한다.

“K”는 당연히 한국(Korea)의 K! 1970년대 한국의 무기 국산화를 시작하면서, 개발된 전쟁무기에 미국 육군의 M(model)뒤 숫자를 붙이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 이름을 붙였다. 남북 분단은 이렇게 단순히 물리적으로 남과 북이 분리되어 있는 것 이상의 세계적 역학관계에서 민족적 트라우마이자 사회 일원들의 트라우마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흔의 그림자들은 반짝이는 거울이란 소재를 통해 신화화 작업에 희생된 개별자, 그리고 희생양이 관객을 포함한 누구도 될 수 있음을 환기시킨다.

유지인 작가는 현재 다양한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공들이고 조작된 사물들 사이에 작가 자신을 개입시킨 사진 작업이나 이번 전시에 선보일 <the North> 역시 이념이나 물신의 적나라한 상호 신체성을 노출시킨다. 작가는 다양한 매체 실험과 함께 기술을 터득하고, 직접 작업 생산까지 연결시키는 다재다능한 작가이다.

현재 미국에서 레지던시를 참여하고 있는 작가는 최근 몰입하고 있는 신작 <Fumiko Okamura / Kim Jung-in (1927~ )>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저는 더 늦기 전에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에 관한 작품으로 학부시절 전공이었던 도자와 금속 공예의 기법을 다시 공부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 도자 항아리에 외부의 압력을 가해 왜곡 변형시킨 모체 위에, 일본의 전통 여성 머리 장신구인 칸자시를 금속공예 기법으로 재해석한 피스들을 부착하는 작품을 제작 중에 있다.”

이는 작가의 할머니 후미코 오카무라이면서 동시에 김정인 여사에 대한 내러티브를 가지면서 일생을 통해 적대적인 한일관계 속 한 여성이 감당해야 하는 역사의 무게를 보여준다.

조금 의미가 직접적이기도 자의적인 측면도 있지만 여기서도 작가의 주된 관심인 ‘누락된 개별자’를 소환한다.

닮은 듯 다른 두 작가 모두 어떠한 에소테릭한(esoteric) 개념을 강조하는 작가들이라기보다 감각에 충실한, 솔직한 작가들로 다양한 매체와 이미지로 고급/저급문화를 가리지 않고 자유로운 활동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 작업이란 종속을 거부하는 자유인의 의지이자 표출일지 모른다. 감정이나 감각에 솔직한 작업이나 모순되고 감춰진 동시대적 증상들을 드러내는 실천으로 꾸준한 활동을 이어나가길 기대하며. [글 오세원]
한편 갤러리 B. 김서현 대표는 ‘아름답지만예술가의 고뇌가 담긴 다른 두 성향의 작가가 한 공간 안에서 작가의 테이블이란 매개체를 통해 어떤 시너지를 낼지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연말을 맞이하여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좋은 전시를 경험하기 바란다’고 전시소감을 말했다.
갤러리 B.는 서울 청담동에 지난 6월 28일에 오픈한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로 한국에 공개되지 않았던앤디워홀부터 펑정지에, 진마이어슨 등 27여점을 소개한 ‘Unlimited’ 전시를 개최한 바 있다. 정은주 개인전 ‘Beyond the Line,’ 데이비드 호크니, 카우스, 제프쿤스의 작품을 선보인 ‘Collective Illusions’ 등참신하고 굵직한 전시들을 선보이며 강남 도심 한복판에 루프탑을 갖춘 예술과 휴식의 트랜디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동시대 미술을 작업하는 개성있는 두 아티스트의 개념있는 작업세계가 더 기대된다.

김창만 기자 chang@asiaart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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