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0 19:40  |  아트&아티스트

어느 베트남 이주여성의 한(恨)... 아티스트 박경주 개인전 '26일의 고고학'

아티스트 박경주 개인전 '26일의 고고학'
SeMA 창고 | 2019. 12. 17. - 12. 29.
베트남 이주여성 故 쩐탄란의 사망사건을 모티브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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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채널 영상설치, '26일의 고고학16페이지', 사진=샐러드
[아시아아츠 = 김창만 기자]
베트남 이주여성의 한(恨)을 풀어주기 위해 기획한 시각예술 아티스트이자 다문화 극단 샐러드 대표 박경주 작가의 개인전 '26일의 고고학' 전시가 17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 불광동 SeMA 창고에서 29일까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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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주 개인전 '26일의 고고학' / 사진=샐러드

“만약 사회가 진실을 외면한다면, 진실이 스스로 인격화해 사람들 앞에 서는 수밖에”- 박경주

서울시립미술관 공간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열리는 '26일의 고고학'展은 박경주 작가가 연구한 베트남 이주여성 故 쩐탄란의 일기에 관한 전시회다. 오브제, 영상 설치 및 퍼포먼스 등 다양한 구성으로 SeMA 창고를 가득 채웠다.
작가는 2008년 사망한 쩐탄란씨의 유품인 16페이지의 일기를 11년 동안 추적 연구하였다.

손글씨로 쓰여진 고인의 일기는 번역이 어려웠다. 베트남어를 전혀 알지 못하는 작가는 마치 고고학자처럼 초벌 번역된 일기의 장면을 일일이 그림으로 그렸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새로운 진실과 마주하게 됐다.

고인 사망의 진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목격자는 ‘일기’다.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서 ‘일기’를 인격화 시켜 대중 앞에 세운다.

작가는 일기를 의인화하여 창작한 '만약에 일기가 사람이라면(퍼포먼스, 2019)', '26일의 고고학(16채널 영상설치, 2019)' 등 총 5점의 신작과 최근 출판한 희곡집 '란의 일기(도서출판 연극과인간, 2019.12.09.)'를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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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주 개인전 '26일의 고고학' 퍼포먼스 및 전시전경 / 사진=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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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주, 16채널 영상설치, '26일의 고고학16페이지', 제작년도: 2019, 재료: 16채널 비디오, 수퍼8mm Film & HD 비디오 / 내용: 작가가 발췌한 일기의 중요 장면을 페이지 별로 보여준다. / 사진=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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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 '만약에 일기가 사람이라면', 제작년도: 2019 / 공연시간: 매일 12 ~ 15시, 컨셉 & 연출: 박경주, 내용: 일기가 사람이 돼 관객을 만난다. / 퍼포머: 박경주, 로나 드 마테오, 우르나 울란치메크 외 /기술지원: 서울산악조난구조대 / 사진=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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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주, 오브제 설치 '나무비석길', 제작년도: 2019, 재료: 17개의 목비 오브제 설치. / 내용: 관객은 묘비가 된 일기 사잇길을 걷는다. / 사진=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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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 '2018형제', 제작년도: 2019 / 공연시간: 매일 12시 ~ 18시 내용: 작가의 11년간 연구자료를 소재로 한 오브제 설치 퍼포먼스컨셉 &연출: 박경주, 퍼포머: 김옥란 / 사진=샐러드

■ 박경주 희곡집 '란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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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주 희곡집 '란의 일기', 도서출판 연극과인간, 발행일: 2019. 12. 09. / 사진=샐러드

박경주 작가가 베트남 이주여성 쩐탄란의 사망사건을 모티브로 창작한 세 편의 희곡을 모은 첫 희곡집이다. 실재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 그리고 작가가 오랜 시간 취재한 사건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본 희곡집에 실린 작품 모두 일종의 다큐멘터리 희곡이다. 세 편의 작품은 옴니버스처럼 서로 연결돼 있다.

2008년 봄, 대안언론 기자로서 직접 사건을 밀착 취재하고 나서 2018년 봄까지,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작가는 늘 진실이 궁금했다. 처음에는 고인이 남긴 메모- 일기를 읽는 것으로 시작했다. 2011년, 작가는 ‘차우’라는 인물을 창조해 '란의 일기'를 창작해 공연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작성했던 기사와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란의 일기 개정판 2.0'을 새롭게 써서 2013년 무대에 올렸다.

2016년 봄, 작가는 베트남에서 고인의 모친을 만나 더 많은 사건 자료를 받았다. 이후 작가는 모친의 소송 과정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다. 고인의 일기는 시간이 갈수록 더 해독하기 어려웠다. 진실이 보이지 않았다. 고인의 사망 10주기를 기리기 위해 2018년 작가가 창작한 '공소시효'에 그러한 과정과 고민이 고스란히 담겼다.

'26일의 고고학' 작가노트

만약 사회가 진실을 외면한다면, 진실이 스스로 인격화해 사람들 앞에 서는 수밖에.

2008년 2월 6일 일기는 베트남 이주여성 쩐탄란의 주검 옆에서 처음으로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다. 총8장 - 16페이지의 몸을 가진 일기는 신혼생활 26일을 베트남어로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고인의 깨알 같은 손글씨로 작성된 일기는 가장자리가 찢어진 상태로 8장의 낱장으로 나눠져 있다. 일기는 초동 수사에서 등한시됐다. 2008년 4월 2일, 일기는 불완전한 한국어 의상을 입은 채 피의자의 불기소 처분을 지켜봐야 했다.

2016년 7월, 일기는 피나는 노력 끝에600장의 그림 작업을 통해 재탄생 됐다. 일기는 자신이 거의 완벽한 한국어 의상으로 갈아입었다고 생각했다. 자신감을 얻은 일기는 2018년 12월 28일, 진실을 밝히기 위해 형사고소장을 다시 접수 했다. 그러나 검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피의자를 불기소 처분했다.

일기는 이에 굴복하지 않았다. 공소시효를 겨우 4일 앞둔 시점에 일기는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했다. 그러나 2018년 5월 25일 대구고등법원이 기각결정을 내렸다. 결국 4일 후인 5월 29일 공소시효가 마감됐고 일기는 영변에 들었다.


전시회 <26일의 고고학>은 일기가 세상에 외쳤던 16페이지의 진실을 기록해 그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기획됐다. - 박경주

아티스트 박경주(b.1968)

극단 샐러드 대표. 미술작가. 홍익대학교 판화과 학사, 독일 브라운슈바익 국립 조형예술대학교 순수미술대학 실험영화과 석사. 2009년 사회적 기업 다문화 극단 샐러드를 설립하고 현재 대표, 작가,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는 2008년 3월 쩐탄란의 사망사건을 직접 취재해 당시 자신이 운영하던 대안언론 샐러드TV 에 보도하였다. 고인의 일기를 소재로 3개의 희곡을 창작해 무대에 올렸으며, 지난 5년간 에세이 영화 제작에 몰두해 왔다.

개인전

2019 '26일의 고고학' 서울시립미술관 SeMA 창고

2005 ‘이주여성의 삶’ 조흥갤러리, 서울

2004 이주노동자 선거유세 퍼포먼스 순회전, 대구, 광주, 대전, 창원

2002 이주노동자 뮤직프로젝트 쌈지스페이스 소리, 서울

2002 박경주 천재용 동시 개인전 쌈지스페이스 소리, 서울

2001 "Working Holiday"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인사미술공간, 서울

1998 "근원, Ur-, Origin" 담갤러리, 서울

■ 故 쩐탄란 소개

베트남 건터시 출신. 2007년 8월 호치민에서 한국인 남성과 중매결혼. 2008년 1월 한국에 입국하여 신혼 생활을 하였으나, 입국 5일 만에 협의이혼을 강요당함. 한국에 남아 돈을 벌어 고향의 가족을 부양하고 싶었으나, 신혼집에 갇혀 지내다가 이혼조정일자를 5일 앞두고 아파트에서 추락하여 사망함. 고인의 유품은 시댁과 남편에 의해 폐기 처분됐고 사망 2일 만에 화장돼 중개업자에 의해 모친에게 택배로 배송됨. 그녀의 유일한 유품은 16페이지의 일기뿐이다.


샐러드 극단 공식SNS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에세이 영화 '란을 찾아서(시나리오 & 감독: 박경주)'에 사용될 최종본을 '쩐탄란의 일기 여기에 잠들다, 2019' 제목의 오디오북을 샐러드 SNS에서 라이브스트리밍 퍼포먼스로 만날 수 있다.

22일 오후 3시에는 아티스트 박경주와 '작가와의 대화'도 열린다. 그녀의 열정과 작업들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김창만 기자 chang@asiaart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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