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01 15:21  |  유럽

몸에 불을 붙이고 북극을 걷는 사나이... 네덜란드 미디어 아티스트 휘도 판 데어 베르베 국내 최초 개인전 '시련과 부활'展

휘도 판 데어 베르베 국내 최초 개인전 '시련과 부활 Trials and Resurrections'展
송은 아트스페이스 | 2020. 04. 27 ~ 07. 11

center이미지 확대보기
Guido van der Werve, Nummer veertien, home (2012) / Courtesy of artist © Guido van der Werve
[아시아아츠 = 김창만 기자]
네덜란드의 단편영화 감독이자 미디어 아티스트 휘도 판 데어 베르베(Guido van der Werve, b.1977)는 무모하리만큼 자신에게 시련을 주며 한계에 도전하는 퍼포먼스를 카메라로 담는 영화감독이자 시각예술 아티스트로 유명하다.

국제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나 아직 국내에 심도 있게 다루어지지 않은 역량 있는 해외 작가들을 꾸준히 소개해온 서울 강남에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이번엔 그를 지목했다.

카를로스 아모랄레스(2011), 레안드로 에를리치(2012), 채프만 형제(2013), 크리스틴 아이 추(2015)의 뒤를 이어 다섯 번째로 선정된 해외 작가는 네덜란드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휘도 판 데어 베르베(Guido van der Werve, b.1977)다.

center이미지 확대보기
'시련과 부활 Trials and Resurrections'展 포스터 / 사진=송은 아트스페이스

송은 아트스페이스는 네덜란드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 휘도 판 데어 베르베의 미디어 작품들을 상영하는 그의 국내 최초 개인전 '시련과 부활 Trials and Resurrections'展을 서울 강남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4월 27일부터 7월 11일까지 열고있다.

center이미지 확대보기
휘도 판 데어 베르베 개인전: Trials and Resurrections 전시전경 / 사진=Courtesy of artist,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이번 휘도 판 데어 베르베의 국내 최초 개인전 '시련과 부활'展은 1963년에 시각예술 아티스트들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설립한 레지던시 더 아틀리에(De Ateliers)의 아트디렉터 산더 카르스컨스(Xander Karskens, b.1973)가 협력 큐레이터로 참여했으며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과 몬드리안 펀드의 지원을 받아 개최했다.

center이미지 확대보기
Guido van der Werve, Nummer acht, everything is going to be alright(2007) 위 /Nummer veertien, home (2012) 아래 / Courtesy of artist © Guido van der Werve
center이미지 확대보기
Guido van der Werve, Nummer Twee - 2003 / Courtesy of artist © Guido van der Werve

아티스트 휘도 판 데어 베르베는 북극 얼음해상에서 그의 뒤에 쉼없이 얼음을 부수며 얼음바다를 항해하는 쇄빙선앞을 24시간 걷는가 하면(Nummer acht, everything is going to be alright,2007), 세계적 음악가 쇼팽을 추모하기위해 쇼팽의 고향인 폴란드 바르샤바부터 쇼팽이 안식하고 있는 프랑스 파리의 페르 라 쉐즈 공원묘지까지 트라이애슬릿 종목으로무려 1,600Km를 이동하며 중간에 공원에서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앞에서 영화 특수촬영에 쓰이는 화염 특수 젤을 몸 뒤쪽에 바르고 불을 붙이고 천천이 걷기도 하며(Nummer veertien, home, 2012) 달려오는 승용차와 그의 몸을 부딪 히기도 한다(Nummer Twee - 2003). 위험하게 보이지만 그는 영화 스턴트 전문가와 상의하고 쇄빙선 승무원과 교신하며 무모하지만 안전하게 퍼모먼스를 준비한다.
Hollandse Meesters - Guido van der Werve (2012) / 영상=Maarten van Rossem NSC 비메오


네덜란드 미디어 아티스트 휘도 판 데어 베르베 Instagram

무모하지만 따뜻하고 위트있는 그는 단편영화 감독, 시각예술 아티스트, 음악 아티스트, 피아니스트, 트라이애슬릿과 마라톤 선수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명 '시련과 부활 Trials and Resurrections'에서 의미하듯 그는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과 극복후 남는 잔상을 카메라에 담아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것으로 무모하리만치 자신을 실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는 휘도 판 데어 베르베의 작업은 원대한 꿈과 일상생활의 평범함 사이에서 시작된다. 영상, 클래식 음악,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인간의 야망과 그를 위한 노력의 무의미함이 드러내는 이중성에 대해 다뤄온 작가는 카메라 동작이 거의 없는 롱 테이크 촬영 기법으로 잔잔하지만 극적인 동작을 연출하고 기록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발밑에서 끊임없이 깨지는 얼음 틈새를 보며 쇄빙선 앞을 걷는 작가의 도전을 담은 'Nummer acht, everything is going to be alright(2007)'과 24시간 동안 북극에 가만히 서 있으며 본인의 몸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Nummer negen, the day I didn’t turn with the world(2007)' 등의 주요 작업을 포함하여 지난 10여 년에 걸친 작가의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총 8개의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 아티스트 휘도 판 데어 베르베(Guido van der Werve, 1977)

center
네덜란드 미디어 아티스트 휘도 판 데어 베르베(Guido van der Werve, 1977), Nummer elf, chess Piano concert in three movements 중 에디션 사진 / Courtesy of artist © Guido van der Werve

아티스트 휘도 판 데어 베르베는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 산업디자인과, 암스테르담대학 고고학과 및 게릿 리트벨트 아카데미 오디오 비주얼 아트 석사를 졸업했다.

'Papendrecht 모니터 갤러리, 포르투갈, 2019', 'Guido van der Werve 플루엔툼, 독일, 2019', 'Auto Sacramental 퓨처 돔, 이탈리아, 2018', 'Nummer zeventien 마크 폭스, 미국, 2017', 'Nummer zestien, the present moment 암스테르담 구교회, 네덜란드, 2016' 등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쿤스트하우스 취리히 미술관(스위스, 2019), 빈 미술사 박물관(오스트리아, 2019), 트라이엄프 갤러리(러시아, 2018), 서머셋 하우스(영국, 2017) 등 주요 기관에서 열린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다.

작가가 직접 작곡한 레퀴엠을 오케스트라와 합창단과 함께 2010년부터 연주해 왔으며 매년 퍼포먼스도 진행해왔다.

■ 협력 큐레이터 산더 카르스컨스(Xander Karskens, 1973)

아트 디렉터인 산더 카르스컨스(Xander Karskens, 1973)는 현재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데 아틀리에(De Ateliers) 디렉터이자 큐레이터, 예술사학자로 활동 중이다.

암스테르담 대학에서 미술사학 석사를 졸업한 그는 프란스 할스 뮤지엄(네덜란드)에서 큐레이터로 일하며 Evelyn Taocheng Wang, Kasper Bosmans (2017), Philippe Van Snick, Cécile B. Evans, Meiro Koizumi (2016), Erkka Nissinen (2015), Nathaniel Mellors, Navid Nuur (2010), Slater Bradley (2009) 등 여러 작가들과 함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A Modest Proposal for Radical Bourgeoisie(2015)'와 'Superficial Hygiene(2014)' 등 다수의 단체전을 기획했다.

이후, 제57회 베니스 비엔날레 핀란드관에서 Nathaniel Mellors and Erkka Nissinen과 함께 'The Aalto Natives(2017)'를 선보이고, 코브라 뮤지엄(네덜란드)에서 예술감독으로 근무하며 'Le Corbusier’s Fourth Dimension'(2017)', 'Restless Matter(2018)' 등의 전시를 기획했다.

현재 그는 자신의 작업 세계를 심화시키고자 하는 신진 작가들에게 2년 동안 작업 공간과 튜터링을 지원하는 국제적인 예술 기관 데 아틀리에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 '시련과 부활 Trials and Resurrections'展 작품소개

center이미지 확대보기
Guido van der Werve, Nummer twee, just because I’m standing here doesn’t mean I want to35mm 필름, 3분 8초, 파펜드레흐트, 네덜란드, 2003 / 사진=Courtesy of artist,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전시에서 처음 마주하게 되는 작품의 제목은 (‘number two’라는 뜻이지만) 휘도 판 데어 베르베의 첫 작업이다. 35mm 단편 영화 'Nummer twee'는 작가의 네덜란드 게릿 리트벨트 아카데미(Gerrit Rietveld Academie) 졸업 작품이자, 지금까지 그가 꾸준히 탐구해 온 다양한 주제와 형식을 집약한다. 고뇌하는 천재 작가라는 시대착오적 클리셰, 클래식 음악의 감정적 영향, 견딜 수 없는 일상의 따분함 같은 주제들은 실존적 권태감의 나른한 분위기와 외로운 감정으로 연출된다.

그 안에서 더 의미 있고 야심 차며 유용한 것을 향한 주인공의 원대한 갈망은 언제나 예기치 않은 순간의 데드팬 유머(deadpan humour)1와 균형을 이룬다. 주인공은 휘도 판 데어 베르베 자신이다. 그는 재미없고 따분한 교외 생활을 보여주는 자전적인 배경, ('Nummer veertien'에서 다시 보게 될) 전형적인 전후 네덜란드 주택가에 서 있다. 그곳은 부제가 말해주듯, 그가 자라며 항상 탈출을 꿈꾸던 거리다.

center이미지 확대보기
Guido van der Werve, Nummer vier, I don’t want to get involved in this. I don’t want to be part of this. Talk me out of it, 35mm 필름, 11분 49초, 잔드보르트, 씨따마 & 엔스헤데, 네덜란드, 2005 / 사진=Courtesy of artist,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휘도 판 데어 베르베는 'Nummer vier'가 상영되는 12분 동안 자신의 고유한 세계를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네덜란드와 핀란드의 각기 다른 세 곳에서 촬영된 영상은 서서히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로 관객을 환희와 경이에 가득 차게 한다.

각 장면에는 기발함과 야심, 놀라움이 넘쳐흐른다. 도입부의 독백에서부터 (“일찍 일어나 해가 떠오르는 것을 봤다. 오직 나만을 위해 떠오르는 것 같았다.”) 눈 깜짝할 새 지나가는 네덜란드 강가의 절정에 이르기까지, 'Nummer vier'는 강력한 개인의 의지에 부치는 화려한 송시이자 아름다움과 위안을 갈망하는 인간에 대한 당당한 찬사다. 원대한 열망을 대하는 휘도 판 데어 베르베의 진지함은 매번 슬랩스틱과 데드팬 유머에 의해 반감되고, 그의 대담한 몸짓은 끝내 수포로 돌아간다.

center이미지 확대보기
Guido van der Werve, Nummer dertien, Effugio a, chamomile; Russia’s national flower or running to Rachmaninoff 35mm 컬러 슬라이드 필름, 텍스트, 가변크기, 2010 / 사진=Courtesy of artist,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center이미지 확대보기
휘도 판 데어 베르베 개인전: Trials and Resurrections 전시전경 / Nummer dertien, Effugio a, chamomile; Russia’s national flower or running to Rachmaninoff 35mm 컬러 슬라이드 필름, 텍스트, 가변크기, 2010 (가운데) / Nummer dertien, Effugio b, portrait of the artist as a mountaineer, 55 x 41cm 디지털 C 프린트, 텍스트, 가변크기, 2011(오른쪽) / Nummer dertien, Effugio c, you’re always only half a day away, HD 비디오, 12시간, 해시 핀란드, July 2011 / 사진=Courtesy of artist,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Effugio(도피)’라는 동일한 작품명의 세부작업 세 개로 구성된 'Nummer dertien'은 우울증과 도피주의(escapism)를 다룬다. 휘도 판 데어 베르베는 몇 년 전부터 장시간 지속되는 퍼포먼스(가령, 북극에서 24시간 동안 진행된 'Nummer negen')와 연관되는 장거리 달리기를 시작했다. 육체적인 고갈과 어느 정도의 위험은 이 퍼포먼스의 핵심이다. 그의 작품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자기희생과 고통은 개인의 예술적 투쟁이라는 낭만주의의 철학에 보내는 의도적이며 극적인 찬사이기도 하다.

'Effugio a'는 작가가 2010년 MoMA PS1에서 시작한 장거리 달리기 행사인 라흐마니노프 런(Rachmaninoff Run)에 대한 기록이다 (차기 행사에서는 다른 선수들도 참가한다). 이 행사에서 작가는 러시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의 무덤에 카밀레(chamomile) 꽃다발을 헌화하며 그를 추모한다.

카밀레는 신경 완화 작용으로 잘 알려진 러시아 국화다. 'Effugio b'의 두 장의 컬러 사진은 남미에서 가장 높은 아콩카과산(Mount Aconcagua) 정상에서 촬영한 것이다. 작가는 등반으로 인한 극도의 피로감으로 등을 기대고 쉬면서, 카메라를 작동할 힘도 없는 상태로 하늘과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Effugio c'에서는 자신의 핀란드 집 주변을 빙빙 돌면서 정확히 12시간 만에 마라톤의 2.5배에 달하는 거리를 완주한다.

center이미지 확대보기
Guido van der Werve, Nummer acht, everything is going to be alright, HD 비디오, 10분 10초, 보트니아 만, 핀란드, 2007 / 사진=Courtesy of artist,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Nummer acht'의 웅장한 배경은 핀란드 연안의 꽁꽁 언 바다. 얼어붙은 바다 위를 걸어가는 작가의 뒤로 쇄빙선이 바짝 따라온다. 휘도 판 데어 베르베의 가장 상징적이며 보편적인 반향을 일으킨 이 작품은 카스퍼 다비드 프리드리히(Casper David Friedrich)의 신성한 숭고를 연상시키는 시각 어법으로 인간의 나약함, 자연과 기술 사이에서 투쟁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다.

일정 거리를 두고 망원 렌즈로 (스노우 스쿠터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배의 속도에 맞춰 움직이며) 촬영한 'Nummer acht'에는 무심히 얼음을 깨며 다가오는 쇄빙선의 뱃머리보다 겨우 몇 걸음 앞서 걷고 있는 검은색 옷차림의 연약한 실루엣이 등장한다. 이 작품의 개념은 그 대범한 실행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작가의 많은 작품에는 일종의 모험과 물리적 위험이 도사리면서 그 매력을 배가시킨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항상 스펙터클을 시적인 것과 절충해낸다. 'Nummer acht'는 이후 북극의 날씨 같은 혹독한 조건에 자신을 내맡기거나('Nummer negen'), 극단적인 육상 퍼포먼스를 수행하는('Nummer dertien', 'Nummer veertien', 'Nummer zeventien') 장시간의 지속적인 퍼포먼스 작업으로 서서히 나아가는 기점이 되었다.

center이미지 확대보기
Guido van der Werve, Nummer twaalf, variations on a themeOpening: The King’s Gambit accepted; Middlegame: the number of stars in the sky; Endgame: and why a piano can’t be tuned, or waiting for an earthquake, 4K 비디오, 40분, 마셜 체스 클럽, 세인트 헬렌스산 & 샌 안드레아스 폴트, 미국, 2009 / 사진=Courtesy of artist,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Guido van der Werve - Nummer Elf: The King's Gambit Accepted, the Number of Stars / 영상=Performa 유튜브

체스와 클래식 음악은 천문학, 수학, 음악 원리들의 연상적 연관성을 모색한 3부작 영상 작품 'Nummer twaalf'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작가가 직접 제작한 이 작품의 핵심 장치인 체스피아노는 체스 보드와 피아노가 혼합된 형태로, 참가자가 체스 말을 칸에 맞춰 놓음에 따라 피아노가 작동하는 원리를 바탕으로 음악을 만들어낸다. 휘도 판 데어 베르베는 'Nummer twaalf'의 배경음악을 만들기 위해 체스 그랜드마스터(grandmaster)2에게 의뢰하여 킹스 갬빗(King’s Gambit)3 방식으로 둔 수에 따라 생성된 음조의 변화를 사용했다.

영상은 뉴욕의 마셜 체스 클럽(Marshall Chess Club)에서 시작하여 세인트 헬렌스산(Mount St. Helens) 등반을 거쳐(이곳에서 작가는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의 수를 센다), 마지막으로 샌 안드레아스 단층(San Andreas Fault Line)에 이르는 여정을 통해(이곳에서 그는 작은 집을 세운다) 이성주의의 결점과 인간 존재의 무상함과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주제를 되돌아본다.

center이미지 확대보기
Guido van der Werve, Nummer zeventien, killing time attempt 1 from the deepest ocean to the highest mountain, 2채널 2K 비디오 설치, 9시간 48분, 해시 핀란드, 2015 / 사진=Courtesy of artist,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Nummer zeventien'의 반복적, 수행적 행위는 'Nummer dertien'에서 작가가 남미에서 가장 높은 산을 등반하며 체험했던 육체적인 도전들과 밀접하게 연관을 맺는다. 아콩카과산 등반은 원래 에베레스트산(Mount Everest) 정복과 관련된 작품을 위한 준비 작업이었지만, 이는 산악 등반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작가는 장거리 달리기에서 느꼈던 위안을 산악 등반에서는 얻지 못했다.

'Nummer zeventien'은 본래의 작업 계획을 슬랩스틱 코미디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와, 산악 등반 행위가 진행되는 장소를 자신의 침실로 옮긴다. 자연에 대한 인간 승리의 가장 위대한 순간을 집이라는 평범한 환경에서 연출하여, 그것이 가지는 숭고한 경관을 제거함으로써 작가는 육체적인 노력의 영웅성 그리고 그것의 절대적 공허함이 가져오는 슬픔을 모호하게 담아낸다. 또한, 최대깊이가 11,040 미터인 마리아나 해구(Mariana Trench) 속으로의 유인 잠수가 위와 유사한 논의 방식으로 다뤄지며 작가의 욕조에서 일어나는 행위로 전치되기도 한다.

center이미지 확대보기
Guido van der Werve, Nummer negen, the day I didn’t turn with the world, HD 비디오, 8분 40초, 북극점, 2007 / 사진=Courtesy of artist,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Nummer negen'에서 작가는 또다시 황량한 설원과 빙원을 찾는다. 그는 정확한 북극점에 선 채 자신의 축을 중심으로 서서히 돌며 24시간 동안 지구의 자전을 부정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지구의 자전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하루 동안 우주에서 ‘가만히 서’있는 행위를 통해 물리학의 개념에 도전하고, 자유 의지의 철학적 관념을 유희적으로 비유한다. 이 작업에서 작가는 필름이나 비디오 대신 타임 랩스(time-lapse)를 활용해 정확히 24시간 동안 6초 간격으로 촬영했다 (타임 랩스는 사전 실험에서 극한의 조건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방식으로 입증됐다).

그 결과로 탄생한 9분짜리 시퀀스에서 화면 중앙에 홀로 선 형상은 아주 천천히 (스톱 모션의 흔들림과 함께) 회전하고, 머리 위 하늘은 강렬한 태양 빛에서 짙은 극지방의 안개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극적인 변화를 만들어낸다. 이 모든 것의 배경에는 작가가 직접 작곡하고 연주한 클래식 피아노곡이 흐르며, 무한히 변화하는 빛과 대기와 대응한다. 그가 처음으로 쓴 'Nummer negen'의 악보는 이후 'Nummer twaalf'와 'Nummer veertien'의 보다 정교한 클래식 곡을 작곡하는 시발점이 된다.

center이미지 확대보기
Guido van der Werve,Nummer veertien, home 4K 비디오, 54분, 다양한 장소와 국가들, 2012

휘도 판 데어 베르베의 가장 야심 차고 복잡한 작품일 'Nummer veertien'은 장거리 육상의 일정한 속도로 뻗어 나가는 서사에 갈망과 소유의 관념을 싣는다. 'Nummer veertien'에서 작가는 고향의 이름 모를 외곽 지역의 기억을 되새기며 ‘집’이라는 주제를 탐구한다. 작가는 파리로 망명해 고향인 폴란드를 평생 그리워했던 쇼팽(Chopin)에 경의를 표하고, 성공리에 군사작전을 이끌지만 끝내 귀향하지 못한 알렉산드로스 대왕(Alexander the Great)의 상실을 이야기한다.

ARTIST'S TALK: Guido van der Werve, Ewa Gorządek / 영상=Centrum Sztuki Współczesnej Zamek Ujazdowski 유튜브

이전 작 〈Nummer twaalf〉처럼 이 영상 또한 서로 관련 없는 문화적인 현상들의 형식적인 유사점을 바탕으로 한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여기서는 철인3종경기의 세 종목(수영, 사이클링, 달리기)이 클래식 음악 레퀴엠의 3악장 구조와 연결된다. 처음으로 자전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작가는 (〈Nummer dertien〉에서 아콩카과산 정상에 오른 후) 죽음의 문턱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수행적 방법이었던 등산에 실망하게 되고, 대신 레퀴엠을 작곡한다.

무모하지만 유쾌한 미디어 아티스트 휘도 판 데어 베르베 국내 최초 개인전인 '시련과 부활'展은 강남 압구정동에 위치한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4월 27일부터 7월 11일까지다. 마스크 착용은 필수.

김창만 기자 chang@asiaarts.net
Asia Arts가 제공하는 뉴스콘텐츠에 대해 독자는 친근하게 접근할 권리와
정정·반론·추후 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저작권자 ©아시아아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sia Arts TV

인터넷신문위원회

Asia Arts TV

인기 뉴스

Editor’s Pick

뷰티&패션

Art & Artist

라이프

생활경제 | 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