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5 16:54  |  회고

미군부대 PX에서 만난 세사람... 박수근 추모 특별기획전 ‘나무와 두 여인 ; 박수근·박완서·황종례’展

박수근 55주기 추모 특별기획전 ‘나무와 두 여인 ; 박수근·박완서·황종례’展
강원도 양구 박수근미술관 | 2020. 5. 16 - 2021. 4. 18

박수근미술상 제4회 수상자 박미화 개인전 | 2020. 5. 16 -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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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한국전쟁 당시 서울 미군부대 PX 초상화부 시절, 왼쪽부터 도예가 황종례, 석선희, 박수근 / 사진=박수근미술관
[아시아아츠 = 김창만 기자]
한국의 거목 예술가 박수근, 박완서, 황종례... 이들 세 명은 1952년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의 미군부대 PX에서 궁여지책으로 가까스로 얻은 일자리에서 만나 함께 일하며 동고동락했던 사이로, 지금은 우리나라를 대표적인 화가와 소설가, 그리고 도예가로 우뚝 선 인물들이다.

강원도 양구의 대표 미술관 박수근미술관은 한국전쟁이 아니었으면 못만났을 운명의 만남을 갖은 박수근, 박완서, 황종례 3인을 소환해 전시회를 연다.

박수근미술관은 박수근 화백(1914. 2. 21 - 1965. 5. 6)의 작고 55주기를 추모하는 특별기획전 ‘나무와 두 여인 ; 박수근·박완서·황종례’전을 5월 16일부터 2021년 4월 18일까지 박수근미술관 1관에서 전시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 3월 박수근의 대표작품인 ‘나무와 두 여인(1950년대 중반)’을 올해 새로 소장하게 돼 그 의미와 가치를 일반 대중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기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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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한국전쟁당시 미군 제3철도수송단에 근무했던 듀이 맥린(Dewey McLean, 2016 8월 85세 나이로 작고)이 촬영한 미군 PX, 현재 신세계 백화점 / 사진=Courtesy of Dewey McLean, Flickr

작고한 박수근과 소설가 박완서는 1952년 한국전쟁 당시 동화백화점(현재 신세계백화점)내에 있던 미8군 기념품판매점 내 초상화부에서 함께 일한바 있다. 그 시대, 그 시절을 회상하며 박수근을 주인공으로 다룬 박완서의 소설 '나목'은 일반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나목'에 등장하는 '나무와 두여인' 작품에 대해 박완서와 유홍준(전 박수근미술관 명예관장)도 언급했듯이 박수근의 나목은 시든 고목이 아니라 새 봄을 준비하는 겨울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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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의 '나무와 두 여인', 하드보드 위 합지에 유채, 27x19.5cm, 1950년대 중반 / 사진=Courtesy of artist, 박수근미술관

박수근 작품의 시리즈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나목 시리즈는 잎과 열매가 없는 나무가 중앙에 당당히 버티고 서있고 양쪽으로 짐이나 아이를 업고 가는 여인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당시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연민의 시선을 담아 그린 이 작품과 유사한 작품은 현재 6점이 잔존한다.

이번 특별기획전 ‘나무와 두 여인 ; 박수근·박완서·황종례’전에서 박완서 작가의 전시물로는 대표작인 장편소설 ‘나목’의 1970년 초판본을 포함해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간행돼온 10권의 ‘나목’ 출판본, 중국과 미국 등에서 번역돼 출판된 책들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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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 '나목'('여성동아' 별책부, 1970) / 사진=박수근미술관

소설가 박완서(1931-2011)의 등단작‘나목’은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서 당시 1남 4녀를 둔 가정주부 박완서가 마흔의 나이로 당선됐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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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삼선교 집에서, 1950년대 초) / 사진=박수근미술관

" '나목'을 소설로 쓰기전에 고 박수근 화백의 전기를 써보고 싶었던건 사실이지만, 내가 그를 알고 지낸게 그나 내나 가장 불우했던 1년 미만의 짧은 동안이었기 때문에 전기를 쓰기엔 그에 대해 아는 구체적인 게 너무나 모자랐다. 그러나 한 예술가가, 모든 예술가들이 대구, 부산, 제주 등지에서 미치고 환장하지 않으면 독한 술로라도 정신을 흐려놓지 않고는 견디어낼 수가 없었던 1.4 후퇴 후 암울한 불안과 혼돈의 시기를 텅 빈 최전방 도시인 서울에 고립되어 어떻게 미치지도, 환장하지도, 술 취하지도 않고 화필도 놓지않고, 가족부양도 포기하지 않고 살 수 있었나, 생각하기 따라서는 지극히 예술가답지 않은 한 예술가의 삶의 모습을 증언하고 싶은 일찍부터 있었다. 특히 그의 사후 그가 국내 畵壇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되고 그림값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치솟고부터 그가 극심한 가난 속에서 온갖 수모를 견디면서 PX에서 미군의 싸구려 초상화를 그리던 모습이 자주자주 나의 사십 세의 무사안일과 나태를 뒤흔들기 시작했자. 그래서 된 게 '나목' 이었다는 걸 밝히고, 이야기의 줄거리는 허구이니 어디까지나 소설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 그와의 만남은 비록 짧지만 나의 사십 세 이후의 인생을 바꾸어놓을 만큼 운명적인 것이었다."

- 박완서 1985년 9월 문예중앙 재출간 '나목' 발문 중에서 발췌 -

장편소설 ‘나목’은 화가 박수근을 모델로 삼아 탄생한 첫 소설이자 박완서 작가의 장편소설 15편 중에서 가장 편애한다고 고백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그 많던 싱아는 어디에 있을까’ 초판본과 번역본, 이두식 작가의 작품이 표지 그림으로 실려 있는 ‘도시의 흉년’ 초판본도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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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례, 귀얄문양 도자기 / 사진=Courtesy of artist, 박수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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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례(이화여대 대학원 재학 시절, 1959~1962) / 사진=박수근미술관

미군부대 초상화부 시절 막걸리를 함께 마시며 다 같이 힘든 시대의 ‘초상’을 함께 그렸던 도예가 황종례(1927~ )의 전시작품은 귀얄문양 도자기가 전시되고, 고려청자의 재현과 보급을 위해 일생을 바친 황종례의 부친 황인춘(1984~1950)의 청자 반상기, 전통과 가업을 계승하고 현대적 도예의 일반보급을 위해 애쓴 황종례의 오빠이자 전 이화여대 도예과 교수인 황종구(1919~2003)의 백자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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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추모 55주년 특별기획전 ‘나무와 두 여인 ; 박수근·박완서·황종례’展 배너 / 사진=박수근미술관

엄선미 박수근미술관장은 “이번에 개최하는 ‘나무와 두 여인’ 특별전은 박수근미술관에서 70여년 만에 작품으로 재회하는 박수근, 박완서, 황종례의 예술가로서 삶과 인간으로서의 삶, 그리고 그들의 뿌리 깊은 예술세계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이었음을 재조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장기간 휴관상태였던 박수근미술관이 박수근 작고 55주기를 맞아 개최하는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위축된 문화예술계가 활기를 되찾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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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미술상 제4회 수상자 박미화 개인전 포스터 / 사진=박수근미술관

한편 박수근미술관은 5월 16일부터 지난해 박수근미술상 제4회 수상자로 선정된 박미화 작가의 개인전을 시작하며 9월 13일까지 박수근미술관 내 현대미술관과 박수근 파빌리온에서 개최된다.

박미화의 작품에는 박수근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깊은 고뇌와 울림이 있고, 따뜻한 휴머니즘이 녹아있으며, 작품의 휴머니즘적인 주제와 재료, 형식적인 측면이 박수근의 작품세계 맥락과 이어지고, 작품을 통해서 작가 자신뿐만 아니라 한국미술계의 확장성을 보여준다.

전시회에는 박미화의 작품세계를 총망라한 회화, 설치, 영상 등 총 187점이 선보이며, 박미화의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수근미술관이 16일 운영을 재개함과 동시에 시작하는 박수근 55주기 추모 특별기획전 ‘나무와 두 여인 ; 박수근·박완서·황종례’展과 박수근미술상 제4회 수상자로 선정된 박미화 작가의 개인전은 5월 16일부터 전시된다. 마스크 착용은 필수.

김창만 기자 chang@asiaart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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