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4 13:42  |  아트&아티스트

무의식으로 픽셀화된 사각형의 잔재들... 아티스트 장민숙 개인전 '풍경으로 해체한 풍경'展

장민숙 가나아트포럼스페이스 초대전 '풍경으로 해체한 풍경'
평창동 가나아트 포럼스페이스 | 2020. 5. 29 - 6. 11

center이미지 확대보기
장민숙, flaneur, oil on canvas / 사진=Courtesy of artist ⓒJANG MINSOOK
[아시아아츠 = 김창만 기자]
이번에는 집마저도 해체해 지워버렸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희미한 내면의 구조화된 사각형만 남았다...

심리학을 전공해 내면의 무의식을 소환하는 아티스트 장민숙의 초대전 ''풍경으로 해체한 풍경'展이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포럼스페이스에서 5월 29일부터 6월 11일까지 열린다.

아티스트 장민숙(b.1967 )의 시작은 풍경화였다. 그림 같은 집들이 나무들 사이에 파스텔톤 색체로 펼쳐져 있었다. 줌으로 당긴듯하게 그려진 집들은 투박하지만 색은 곱고 아련했다.

center이미지 확대보기
장민숙, flaneur, oil on canvas / 사진=Courtesy of artist ⓒJANG MINSOOK
center이미지 확대보기
장민숙, flaneur, oil on canvas / 사진=Courtesy of artist ⓒJANG MINSOOK

장민숙은 밖은 고요한데 속이 시끄러운 그림을 그린다. 그림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이나 무대처럼 보이는 것이다. 어떤 그림에서는 동네의 집들이 서로 대화를 주고 받고 있는 듯이 보이며, 또 어떤 그림은 감정을 격정으로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2018~2019년 색면 추상처럼 그린 그림에서는 각 면들이 마치 보고 있는 여느 드라마 주인공의 감정이나 성격으로 다가온다. 보면 볼수록 놀라운 작업과정이다. 풍경에서 추상으로 이어지는 연결이나 이행이 이토록 순차적이면서 자연스런 작가는 한국에선 좀처럼 보기 어렵다. 심리학을 전공한 작가답게 ‘내면의 자아’를 처절하게 부여잡은 작업의 결과물이다.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Jacques-Marie-Émile Lacan)은 “예술가는 그림에서 ‘응시로서’ 자신을 보이며, 자신을 그림으로 만드는 존재”라고 했다.

현대미술은 특정한 형식 보다는 생산자의 주체성을 더욱 중요시 여긴다. 자아의 정체성은 이미지의 반복을 통하여 모방적 재현을 넘어서게 해준다. 아티스트 장민숙의 작업이 그렇다.

center이미지 확대보기
장민숙, flaneur, oil on canvas / 사진=Courtesy of artist ⓒJANG MINSOOK
center이미지 확대보기
장민숙, flaneur, oil on canvas / 사진=Courtesy of artist ⓒJANG MINSOOK
center이미지 확대보기
장민숙, flaneur, oil on canvas / 사진=Courtesy of artist ⓒJANG MINSOOK
center이미지 확대보기
장민숙, flaneur, oil on canvas / 사진=Courtesy of artist ⓒJANG MINSOOK


■ 아티스트 장민숙 개인전 '풍경으로 해체한 풍경'


작가노트

색색의 그 많던 집들은 다 지워지고...

나의 그림 속,

그 수 많은 집들은

그만큼이나 많았던 내 안의 나였다.

혼자 있을 때,

누군가와 함께일 때 ,

역할에 따라,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른나를 만나게되는 나는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내가 늘 힘들었고 부끄러웠고 한껏 주눅이 들었다가 들떴다가 엉뚱하고 무모하고...

내가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바라보는 나는 언제나 달랐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고 오는 날은 너무 기진맥진 했고, 불쑥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대해선 오랫동안 후회하거나 자책했다.

각각의 견고한 벽을 가진 집들의 골목골목을

나는 참 오래도록 방황하고 헤매었다.

낡고 오래된 집의 벽에는

그 안에서 살아가면서 겪는 행복과 불행, 사랑과 고통으로 견딘 시간의 집적,질긴 삶의 냄새가 고스란히 베여있는 것 같다.

나의 그림 속 집들은

그 많은 기억들을, 상처를, 기쁨을 다 기록한 자화상이다.

나를 부끄러워 한 만큼 내 그림들을 부끄러워 했다.

그 ‘많은 나’중에서 나를 찾기 위해서 물리적 격리, 의도적 소외가 절실했다.

그건 어쩌면 살고자하는 본능적 요구였다.

결국, 그림은 핑계거리인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버리는 기나긴 과정,

비약과 후퇴의 반복,

내 이상의 것은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 오랜 집중의 시간들이 내가 아닌 나를 조금씩 지워나가게 만들었다.

참으로 감사한 치유의 과정이었다.

그 견고한 벽들을 허물고

오래 머물 수 있는 나의 공간을

나는 스스로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작품을 만드는 과정, 그 순간을 살며 느끼는 것이다.

March, 2O2O. - 작가노트 中 발췌


전시 평론

풍경을 풍경으로 해체하는 추상


시작은 풍경화였다. 그림 같은 집들이 그림 같은 나무들 사이에 그림 같이 “뽀사시”한 파스텔톤의 색체로 그려져 있다. 줌으로 당긴듯하게 그려진 집들은 투박하고 사나워 보이는데도 그 색은 곱고 아련하다. 집이 있는 풍경이 원경이든 근경이든 소박하게 화려하면서도, 거칠게 부드러우며, 평화롭게 고통스럽다. 장민숙은 밖은 고요한데 속이 시끄러운 그림을 그린다.

그림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이나 무대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태리의 어느 동네의 풍경을 시리즈로 그렸는데, 어떤 그림에서는 그 동네의 집들이 서로 대화를 주고 받고 있는 듯이 보이며, 또 어떤 그림은 감정을 격정으로 표현하고 각자 소리를 지르고 있는 이태리 사람이 연상되기도 하고 시끄러운 경상도 사람들 와글와글 시비 거는 것처럼 보였다. 집들이 점차 사람처럼 보이면서, 창문과 현관으로 집안의 불빛과 집 외벽의 질감과 색으로 집의 성격이 느껴져, 작품을 보면서 웃기도 하고, 조금 우울해 지기도 하며, 약간 슬퍼지기도 했다.

게다가 2018-9년도 그려진 색면 추상처럼 그린 그림에서는 각 면들이 마치 보고 있는 여느 드라마 주인공의 감정이나 성격으로 느껴지고 나아가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그 성격의 주인공의 성별이나 모습까지 상상할 수 있을 거 같이 감정이 생생했다. 보면 볼수록 점점 더 좋아져서 놀랄 정도였다. 풍경에서 추상으로 이어지는 연결이나 이행이 자연스러워서뿐만 아니라 풍경이나 추상이 다 특정 계기를 통해서 만들어진 지각양태라는 것을 이렇게 순수하게 순차적으로 구현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풍경이란 창 밖에 보이는 정경이며, 본래 프레임 속에서 보이는 세상이다. 케네쓰 클락(Kenneth Clark)이 말 한대로, 풍경은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고 우리와 구별되는 생명과 구조를 가지는 것들”이다. 대상으로서 풍경은 자연이나 풍광으로부터 우리가 구별되고 분리되어 적절한 거리가 있어야만 생겨난다. 단순히 내 바깥에 있는 자명하고 보편적인 환경으로서 자연이 풍경이 되는 것이 아니다.

풍경이 풍경으로 될 수 있는 것은 어떤 특정한 장소를 미적으로 우월하게 구별 짓는 과정이 수반되는 데, 구별할 수 있는 시각적 능력/ 권리가 전제로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세잔은 농부들이 풍경이 무엇인지 알 리가 없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자연을 풍경이라는 대상으로 보고 그것을 그대로 묘사하는 풍경화와 달리, 풍경을 대상 그 자체로 보지 않고 가치나 관념이 내포된 세계관으로 표현하는 산수화와 매우 다른 것이다. 묘사의 대상이 아니라 추상적인 관념의 표현일 수 밖에 없어서, 산수화는 기능적으로는 중세 유럽의 도상화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원근법의 부재야 말로 그 명확한 증거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자연의 특정부분이나 배경이 더 이상 관념이나 이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하나의 대상 그 자체로 묘사 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이 나와 무관한 타자적인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 대상을 바라보는 나는 내 주위의 외부적인 것들에 대해서 무관심할 정도로 거리를 둔 독립적인 내면을 가진 인간이 되어야만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근대적 내면의 탄생이고 풍경은 이 내면에 의해 발견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는 낭만주의자들이 대상으로서의 풍경을 객관화 시키고 분절화 시켜서 있는 그 자체로서 풍경을 묘사하고 노래했다. 주관과 객관의 인식론적 분할을 전제로 하여 대상을 균질적이고 물리학적으로 연장한 사람들이 낭만주의자라니 아이러니하다. 풍경에 관련한 객관적 인식은 낭만파적 전도의 결과인 것이다.

따라서 풍경을 극단적으로 밀고 나가면 풍경을 풍경으로 발견하고 결정한 “내적 인간”의 지각양태가 드러나는 것이며, 그 인간의 바깥에 있는 배경을 풍경이라고 보는 심상에 도달한다. 인식의 틀에 맺힌 이미지를 외부로 투사한 결과물을 항상 외부에 그대로 있는 자명한 것으로 간주하는 뒤집힘이 생겨나고 그 기원은 은폐된다.

장민숙은 풍경 그 자체를 단순히 바깥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각 양태가 변한 구체적 역전에 의해 성립된 인식적 도착으로 생겨난 것이라는 것을 매우 우아하게 보여준다. 띄엄띄엄 나무 사이로 예쁘게 자리 잡은 집들이 점점 중첩되면서 서로 이질화되고, 배경은 점차 붕괴되어 간다. 비슷하게 보이던 집들을 서로 모아서 포개고 겹치면서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고 이전에 보이지 않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배경과 형상 사이에 존재하던 강력한 경계가 사라지면서 이분법적 구도가 탈피된다.

모든 것이 뒤섞이면서 혼합이 가능한 비결정 상태로 화면이 변하게 된다. 그 결과 새로운 구상을 위한 무구속적이며, 탈중심적이고, 무형식적이라는 새로운 작업의 조건이 만들어 진다. 그 속에서 개연성이 없는 우연적 존재가 생겨나고, 캔버스는 촉각화되며, 소실점이나 투시법은 철저하게 해체되면서 화면은 잠재적으로 다시점에 열려있게 된다. 대상으로부터 공통적으로 추출하는 형식이나 형태를 형상화하는 전통적인 추상이 아니라 오히려 중첩되고 섞이는 혼성적 혼란 속에서 합성되고 변형되어 생겨나는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추상이다. 들뢰즈식으로 말하면 “빼기” 추상이 아니라 “더하기” 추상에 가깝다.

장민숙은 눈에 보이는 이태리 어느 마을을 재현하면서 시작한 것처럼 보이지만, 눈으로 볼 수 없는 그녀의 마음 속에 새겨진 세계와 그 속의 인간에 대해서, 그리고 마침내 그 모든 것이 자기의 세계라는 우리가 볼 수 없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보이는 것을 변형하고 그것을 추상할 수 밖에 없었다.

모방을 바탕으로 그것의 형식을 변화시키면서 마침내는 모든 형식 그 자체, 즉 형식화에서 벗어나는 탈형식화의 선을 그리면서, 그 선들을 이리저리 끌어와서 면을 만들고 그 면들은 모여서 새로운 구성물이 된다. 어떤 것이라도 구성할 수 있는 구성의 구도가 생겨나는 것이고 다가오는 모든 것을 향해 잠재적으로 열려있는 변형과 변이의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우리에게 매우 소심하고 곱게 보여주고 있다. - 김웅기(미술비평, 옵시스 아트 대표)

- 전시 평론 中 발췌 -

■ 아티스트 장민숙(JANG MINSOOK, b.1967)

center이미지 확대보기
아티스트 장민숙(JANG MINSOOK, b.1967) / 사진=ⓒ JANG MINSOOK

영남대학교 심리학과 졸업

개인전

- 2020.5 : 가나아트 포럼스페이스(서울)

- 2019.11 : 대백갤러리 초대(대구)

- 2019.5 : 박영덕갤러리 초대(서울)

- 2017.9 : 전갤러리 초대(대구)

- 2017.3 : 이정갤러리 초대(서울)

- 2016.5 : 아트팩토리 초대(서울)

- 2015.5 : Art G&G 초대(대구)

- 2014.10 : 전갤러리 초대(대구)

- 2013.9 : 갤러리 칼리파 기획·초대(서울)

- 2013.1 : 갤러리 산토리니서울 기획·초대(서울)

- 2012.9 : BK갤러리 기획·초대(청도)

- 2012.12 : 갤러리DM 기획·초대(Browngold, 대구)

- 2011.1 : 갤러리 루벤 기획·초대(서울)

- 2010.3 : 통인 옥션 갤러리 기획·초대(서울)

- 2010.11 : 갤러리DM 기획·초대(대구)

- 2009.9 : 갤러리다미 기획·초대(대구)

- 2007.12 : 동제미술관(대구)

- 2006.11 : 갤러리G(대구)

- 2006.6 : 주나미 Artspace 기획·초대(창원)

수상

2018 대한민국 정수미술대전 정수대상(문화부장관상)

끈임없이 반복된 붓작업의 중첩의 깊이와 픽셀화되가는 작업으로 일상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며 이번에는 정형화된 형식의 집마저도 지워버리며 무의식 속 은밀한 욕망의 개념을 바로 잡아주는 아티스트 장민숙의 19번째 개인전 '풍경으로 해체한 풍경'展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 포럼스페이스에서 5월 29일부터 6월 11일까지다. 마스크 착용은 필수.

김창만 기자 chang@asiaarts.net
Asia Arts가 제공하는 뉴스콘텐츠에 대해 독자는 친근하게 접근할 권리와
정정·반론·추후 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저작권자 ©아시아아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sia Arts Focus

Asia Arts TV

인터넷신문위원회

Asia Arts TV

인기 뉴스

Editor’s Pick

뷰티&패션

Art & Artist

라이프

생활경제 | 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