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7 07:30  |  오피니언

[추니박의 인도 여행기]다시 뭄바이로 돌아가는 길고 험난한 마지막 버스여행⑮

추니박의 인도 여행기 마지막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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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석양-들판으로 지는 해, 한지에 수묵 채색, 2001 / 그림=추니박
[아시아아츠 = 글 그림 추니박]
도시 속 호수 한가운데 있는 레스토랑이 영화 007 시리즈 옥토퍼시의 배경이 된 장소로 유명한 우다이푸르에 이틀 머물고 우리는 뭄바이로 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말은 디럭스 익스프레스인데 버스는 아주 오래돼 낡고 좁고 불편했다. 원래 버스를 타는 시간이 17시간이였는데 우리는 24시간 가까이 버스를 타고 뭄바이로 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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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베니스 우다이푸르, 한지에 수묵, 2001 / 그림=추니박


오후 세시쯤 우다이푸르를 출발한 버스는 멋진 석양을 배경 삼아 힘차게 남쪽으로 내 달렸다. 차장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섞여 마지막 버스여행의 분위기를 제대로 만들어 냈다.

나는 이제 다시는 못 볼 인도의 석양이라는 슬픈 생각이 들어 해가 지평선으로 완전히 넘어갈 때까지 창가에 머리를 대고 노을을 감상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릴 때 사람들이 감상적이 되는데 그런 탓인지 시끄럽던 버스 안은 쥐 죽은 듯 적막감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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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버스와 사람들, 종이에 먹, 2001 / 그림=추니박

그렇게 어둠 속을 달리던 버스에서 갑자기 펑 소리와 함께 차가 심하게 미끄러져 벌판 한가운데 멈춰 섰다. 잠시 후 차장이 올라와 차가 펑크가 났으니 다들 기다려야만 한다고 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멈춰 선 버스 주변에 승객으로 탔던 인도 남자들 거의 대부분이 둘러서서 타이어 때우는 것을 지켜보는 광경이 정말 볼만했다. 콩나라 팥나라 다들 한 마디씩 해가며 참견하고 걱정하는 모습이 옛날 우리나라 시골 모습 그대로였다. 어쨌든 그 덕에 사람들은 아픈 허리를 펴고 밖에 나가 휴식을 취했다. 친따 친구들은 무얼 해도 즐거운 청춘들이니 버스가 고장이 났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한자리에 모여 앉아 합창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한쪽은 타이어 수리를 구경하느라 뭉쳐있고 한쪽은 노래를 부르느라 모여 있으니 중간에 그 모습을 보는 인도 여인들은 그게 재미있다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한두 시간을 허비하고 극적으로 버스가 출발했다. 한 밤중이 되자 약속이나 한 듯 손잡이를 잡고 서있던 현지인 승객들이 갑자기 바닥에 자리를 펴고 누워 잠을 자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낯선 광경이라 당황했지만 침대버스가 아닌 로컬 버스인데도 밤새 달려야 하는 고속버스라서 바닥에서라도 잠을 청해야만 하는 어쩔 수 없는 시스템이였다. 조금 익숙해지니,,, 버스 안이 참 훈훈한 가족적 분위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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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별구경, 한지에 수묵, 2020 / 그림=추니박

나는 어둠 속에 무수히 빛나는 별을 세며 이 생각 저 생각 서울 살이의 걱정을 하다 잠시 눈을 붙였는데 또 펑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멈춰 섰다. 또다시 펑크가 났다. 그러나 이번엔 좀 심각했다. 타이어가 오래돼 찢어져서 아예 교체해야만 하는데 예비 타이어도 찢어진 거라 그대로는 대책이 없었다.

결국 차장이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카 센터를 찾아 길을 나서고 남은 사람들은 그냥 어둠 속에 남겨지고 말았다. 그런데 이게 웬 떡인가! 예상치 않게 깜깜한 인도의 들에 앉아 별을 구경하는 행운이라니,,,,나는 버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펴고 앉아 여행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삶과 예술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제대로 인도의 낯선 분위기를 즐겼다. 별 속에 네 살배이 아들의 얼굴과 아내의 예쁜 얼굴 그리고 부모님들의 얼굴이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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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집, 종이에 수채, 2006 / 그림=추니박

모두가 내게 소중하고 또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멀리 있으니 그들의 소중함과 그리움이 더하다. 그러다 보니 또 생각이,,, 예술가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한국이란 나라에서 과연 예술가로 먹고 산다는 것이 가능한가! 늘 나를 가로막아 서는 질문과 마주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게 나에게 삶이니,,,

두 시간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겨우 타이어를 구한 차장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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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만난 인도의 해돋이, 종이에 먹, 2001 / 그림=추니박

다시 버스는 밤을 새워 남쪽으로 달렸다. 새벽, 어제 해가 졌던 반대편 창으로 동이 터왔다. 멋진 광경이다. 흐릿하게 끝없이 펼쳐진 평원을 딛고 서서히 떠오르는 유난히 큰 인도의 태양!

나는 그 큰 인도의 태양을 사랑한다. 인도 사람들은 태양을 상징하는 묘한 주황색을 좋아한다. 딱히 붉은색도 주황색도 아닌 아주 야릇한 붉은 주황인데,,, 노란색도 섞여있다.

마치 인도 사람들을 다 품고 있는 듯 한 색인데 그게 바로 인도의 태양과 닮아있다.

해가 뜨고 잠시 휴게소에 들러 요기를 채우고 버스는 계속 속력을 냈다. 여전히 아스팔트 위와 흙길을 번갈아 오르내리며 묘기를 부리는 버스를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타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버스는 오후 세 시쯤 돼서 다시 도로 한가운데 멈춰 섰다. 원래 타이어 대신 갈아 낀 빌린 타이어가 너무 작은 탓에 휠이 휘어 버려서 더 이상 버스가 달릴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차장은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그냥 알아서 다들 갈 길로 가라는 말만 하고 사라져 버려서 결국 승객들은 알아서 뭄바이로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오후의 뜨거운 해가 내리쬐는 길을 무거운 배낭을 메고 한참을 걸어가서 전철을 타야만 했다. 2월 중순에 접어든 인도의 날씨는 한 달 전의 날씨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무더웠다.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아스팔트,,, 아마 인도에서 그렇게 덥고 긴 구간을 배낭을 메고 걸은 건 이번이 처음이였던 것 같다.

밤새 버스에서 잠도 설친 대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걸어서 사람 많은 전철을 타는 일은 모두에게 버거운 일이었지만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다들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험난한 여정을 뚫고 드디어 뭄바이 센트럴 역에 도착해 공항으로 갈 준비를 하며 간단하게 탄두리와 맥주를 한잔 하고 있으니 정말로 꿈만 같다.

이제 사랑하는 가족들을 만나러 서울로 간다.

“아빠 오면 이제 안 숨을 거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아들의 말이 귀에 윙윙 거린다,,, 보고 싶다 아들아!

2001. 2. 13. 뭄바이 센트럴 역에서

인도여행기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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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화가, 캔버스에 아크릴, 2001 / 그림=추니박


이 글은 어느덧 성장해 2020. 6월 스물네 살의 나이로 군 입대를 하는 아들에게 아빠의 마음을 전하며 정리했습니다.

건강하게 군 복무 잘 하고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아빠의 여행기가 아들의 모험심에 많은 동기를 부여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그동안 인도여행기를 읽어주신 독자분들게 감사드립니다.

[추니박의 인도 여행기] 글·그림 추니박(아티스트 박병춘)

레드우드 숲을 어떻게 그릴까! / 영상=추니박 유튜브

추니박(박병춘)은 홍익대학교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을 비롯해 32회의 개인전과 200여회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2000년부터 산수풍경시리즈를 시작하고 그동안 독특한 작품을 발표해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그는 2010년 중앙일보 주최 평론가가 뽑은 3040작가 10인에 선정되기도 하였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많은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현재 유튜브 채널 ‘추니아트’로 미술 애호과들과 소통 중이다.

chang@asiaart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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