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8 11:35  |  회고

개항 전후 조선왕실의 도자기 이야기... '新신왕실도자,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 특별전

'新신왕실도자,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 특별전
국립고궁박물관 | 2020. 7. 29 - 10. 4
조선과 프랑스 수교기념‘살라미나 병’등 최초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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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 채색 살라미나(Salamis) 병(왼쪽, 프랑스 세브르(Sèvres), 1878년)과 백자 꽃무니 꽃모양 접시와 누각 산수무니 튜린(오른쪽, 중국 20세기초) / 사진=국립고궁박물관
[아시아아츠 = 김창만 기자]
19세기 말 조선의 개항 전후 조선왕실이 외국에서 선물받은 서양의 도자기들과 500년 이어진 왕실 전통 도자기들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특별전, '新신왕실도자,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전이 국립고궁박물관에서 7월 29일부터 10월 4일까지 열린다.

이번 '新신왕실도자,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 특별전에서는 조선과 프랑스 수교(1886)를 기념하여 프랑스 사디 카르노 대통령이 고종에게 보낸 ‘살라미나 병’과 필리뷔트(Pillivuyt) 양식기 한 벌, ‘백자 색회 고사인물무늬 화병’ 등 그동안 한번도 공개된 적 없는 근대 서양식 도자기 40여 점이 처음으로 전시되며, 이를 포함해 프랑스·영국·독일·일본·중국에서 만들어진 서양식 도자기 등 약 310건 400점의 소장 유물이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도자기는 사용하는 시대와 사람에 따라 기능과 형식이 크게 달라지는 실용기로, 당대 사회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국내 최대 근대 도자기 소장 기관으로, 이번 특별전은 개항 이후 근대국가로 나아가고자 노력했던 조선의 생생한 이야기를 ‘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를 통해 5부의 전시로 조명하고자 기획되었다.

■ 주요 전시 도자기

백자 채색 살라미나(Salamis)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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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 채색 살라미나(Salamis) 병, 프랑스 세브르(Sèvres), 1878년 국립세브르도자제작소 / 사진=국립고궁박물관
프랑스 국립세브르도자제작소에서 제작한 대형 장식용 병이다. 1888년 프랑스의 마리 프랑수아 사디카르노Marie François Sadi Carnot(1837.8.11.-1894.6.25.) 대통령이 고종에게 보낸 수교예물로 추정된다. 국립세브르도자제작소의 1888년 8월 출고 기록을 보면 클로디옹 병Vase Clodion 두 점과 함께 살라미나병Vase de Salamine 한 점이 한국의 왕에게 보내졌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병의 내부에는 녹색 마크“S.78”와 붉은 마크 “DECORE A SEVRES”, “RF”, “78”이 남아 있다. S는 세브르Sèvres를, 78은1878년에 제작되었음을 의미하며, RF는 ‘République Française’, 즉 프랑스 공화국의 약자이다.

홍색 오얏꽃무늬 유리 등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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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색 오얏꽃무늬 유리 등갓 / 사진=국립고궁박물관

1883년(고종 20) 미국을 방문한 보빙사 일행은 밤거리를 환하게 밝힌 전등을 보고, 조선 내 전등 설비도입을 제안하였고, 1887년(고종 24) 경복궁 후원의 건청궁(乾淸宮)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전등이 불을밝히게 된다. 궁궐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도 전기 시설이 갖춰지면서 밤까지 활동 시간이 연장되어왕실의 생활양식이 변화하게 되었다.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식기(食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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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식기(食器) / 사진=국립고궁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수입 식기 중 만찬을 위해 구매한 것으로 보이는 프랑스 필리뷔트Pillivuyt의 식기세트는 백자에 금색 선을 두르고 조선왕실을 상징하는 이화문李花文을 장식하였다. 현재 모든 구성이남아 있지는 않지만, 코스별로 4~6인분의 음식을 한 번에 차려 놓고 각자 음식을 덜어 먹는 프랑스식만찬을 위한 식기 세트였던 것으로 보인다.

백자 색회 고사인물무늬 화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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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 색회 고사인물무늬 화병, 일본, 19-20세기, 고란샤[香蘭社] / 사진=국립고궁박물관

규슈 아리타의 고란샤에서 만든 장식 화병이다. 중앙에 창을 낸 뒤 중국의 죽림칠현 竹林七賢을표현하였다. 중앙의 문양 창을 용이 잡고있는 것처럼 독특하게 표현하였는데 이 용 역시 고란샤의 다른항아리처럼 수묵화 풍으로 그렸다. 구름 속의 용은 일본에서 창호 등에 자주 사용되었던 주제이며고란샤의 주요 도안 중 하나이다. 바닥에 청화로 그린 난과 후카가와가 제작했다는 ‘深川製’라는명문이 있는데 고란샤의 마크이다.

백자 공작새 꽃무늬 화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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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 공작새 꽃무늬 화병, 중국, 19-20세기 / 사진=국립고궁박물관

중국 징더전 민간 가마에서 페라나칸을 주소비층으로 제작한 화병이다. 페라나칸은 싱가포르, 말레이반도 등지에 살던 중국 상인의 후손으로, 중국의 전통을 지키며 새로운 생활에 맞춘 도자기를주문하였다. 봉황과 모란, 옅은 녹색과 분홍색을 주조로 하는 색감은 페라나칸 자기의 전형적인특징이다. 봉황과 같은 상상의 새를 시작으로 공작, 까치, 물총새 등 갖가지 새를 암수 한 쌍으로표현하고 연꽃, 모란, 매화, 국화 등의 꽃을 화면 가득 배치했는데 이들은 자손의 번창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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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신왕실도자,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 특별전 포스터 / 사진=국립고궁박물관
■ '新신왕실도자,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 특별전 내용

1부 ‘조선후기 왕실의 도자 소비’

용준(龍樽)과 모란무늬 청화백자, 정조초장지, 화협옹주묘 출토 명기 등 조선왕실 청화백자를 한곳에 모아 전시한다. 서양식 도자기를 본격적으로 감상하기에 앞서 500년간 이어진 왕실의 전통 도자기를 우선 감상하는 공간을 마련해 왕실 도자기의 소비 변화를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취지다.

* 용준(龍樽): 용무늬가 그려져 있는 큰 백자 항아리, 각종 왕실행사에서 술단지나 꽃병으로 사용됨

2부 ‘新신왕실도자 수용 배경’

개항 이후 서양식 도자기가 왕실에 유입되었던 배경을 조선의 대내외적 변화로 살펴본다. 조선은 1876년 강화도 조약 체결 이후 근대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서양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오얏꽃무늬 유리 전등갓> 등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150여 점의 유리 등갓은 1887년 전기 도입 후 궁중 실내외에 설치된 것이다.

관람객들은 근대기 빛(Light)의 시대로 진입했음을 암시하는 연출공간에서 가지각색의 유리 전등갓을 비교해보고 유리 등갓으로 만든 문을 통과해 본격적으로 서양식 도자기를 감상할 수 있다.

3부 ‘조선과 프랑스의 도자기 예물’

조·불수호조약(1886) 체결 기념으로 프랑스 사디 카르노(Marie François Sadi Carnot, 재임 1887-1894) 대통령이 조선에 선물한 프랑스 세브르 도자제작소(Manufacture Nationale de Sèvres)에서 만든 <백자 채색 살라미나Salamine 병>을 처음 선보인다.

개항 이후 조선은 수교를 맺은 서양 국가로부터 기념 선물을 받은 전례가 없었다. 예술적 자부심이 높은 프랑스는 자국을 대표하는 명품으로 세브르産(산) 도자기를 선택해서 보냈다. 고종은 답례로 12~13세기 고려청자 두 점과 ‘반화(盤花)’ 한 쌍을 선물하였다.

* 반화: 금속제 화분에 금칠한 나무를 세우고, 각종 보석으로 만든 꽃과 잎을 달아놓은 장식품

4부 ‘서양식 연회와 양식기’

조선왕실의 서양식 연회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개항 이후 조선은 서양식 연회를 개최해 각국 외교관들과 교류하고 국제정보를 입수하고자 했다.

창덕궁 대조전 권역에 남아 있는 서양식 주방을 그대로 옮긴 구조에 <철제 제과틀>, <사모바르(Samovar)> 등 각종 조리용 유물을 전시해 당대의 창덕궁 주방 속으로 관람객을 안내하는 공간이다. 이화문(李花文)이 찍혀있는 프랑스 회사 필리뷔트(Pillivuyt) 양식기는 조선에서 주문 제작한 도자기다. 푸아그라 파테, 안심 송로버섯구이, 꿩가슴살 포도 요리 등 정통 프랑스식으로 이루어진 12가지의 서양식 정찬이 필리뷔트 양식기에 담기는 영상도 전시실에서 함께 어우러져 마치 연회 속에 직접 와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사모바르: 장작, 석탄 등을 사용하여 물을 끓였던 러시아식 주전자

5부 ‘궁중을 장식한 수입 화병’


만국박람회를 통해 세계 자기 문화의 주류로 떠오른 자포니즘(Japonism) 화병과 중국 페라나칸(Peranakan) 법랑 화병을 전시한다. 조선이 서양식 건축을 짓고 세계적으로 유행한 대형 화병을 장식한 것은 근대적 취향과 문물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의 하나였다. 일본 아리타·교토·나고야 지역에서 제작하여 세계적으로 유행한 서양 수출용 화병들이 국내에 이처럼 다량 현존하고 있는 사실은 국내외에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고란샤(香蘭社)·긴코잔(錦光山)과 같은 공장제 도자기 제작회사에서 만들어진 이 화병들은 새와 꽃, 용, 고사인물 등 다양한 소재와 금채金彩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풍부한 볼거리를 담고 있다.

* 자포니즘(Japonism): 19세기 중반 이후 서양에서 나타난 일본 문화 선호 현상

* 페라나칸(Peranakan): 19세기 후반부터 말레이 반도, 싱가포르 등지에 사는 중국 무역상의 후손

* 고사인물(高士人物): 주요 회화 소재 중 하나로 신화나 특정 주제에 얽힌 인물을 지칭

3차원 오브젝트 기법 가상현실(VR) 최초 도입·‘살라미나 병’ 문화상품 제작

국립고궁박물관은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전시장을 직접 찾지 못하는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도 제공할 예정이다. 7월 29일부터 다음 갤러리(https://gallery.v.daum.net/p/premium/npmkspecial, 28일 오후 6시부터 접속 가능)에서 주요 전시 내용과 유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담은 온라인 전시를 제공하며, 오는 9월 1일부터는 박물관에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온라인을 통해 전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실의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제작하여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www.gogung.go.kr)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특별히 프랑스·중국·일본산 대형 화병 13점은 3차원 입체(3D)오브젝트 기술을 최초로 적용해 가상현실 온라인 전시관에서 360도로 감상할 수 있다.

* 3차원 입체(3D) 오브젝트 기술: 3차원 입체물 촬영 기법

8월 13일부터 매주 목요일에는 유물에 대한 상세정보와 설명, 전시 뒷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과 국립고궁박물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 공식 인스타그램(instagram.com/gogungmuseum))에서 제공한다. 또한, ‘백자 채색 살라미나 병’을 그대로 살린 문화상품을 제작해 관심 있는 대중 누구나 기념품으로 전시의 여운을 간직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별전 기간에는 두 차례의 특별강연을 진행한다. 8월 27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모던의 소비와 한국 공예의 선택(최공호,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왕실 수입자기의 종류와 특징(장남원, 이화여자대학교)을, 9월 24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조·불 수교기념 도자기 예물과 新신왕실도자의 의미(곽희원, 국립고궁박물관)와 조선왕실과 프랑스자기의 조우(엄승희, 이화여자대학교) 특강을 열 예정이다.

국립고궁박물관 유튜브(https://youtube.com/gogungmuseum)에서 실시간으로 생중계할 계획이며, 조선왕실 서양식 도자기의 구체적인 쓰임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전시 유물에 관한 이야기와 당시 시대 배경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퀴즈 등을 통해 학습하는 ‘新왕실도자 전시해설’과 ‘내가 만드는 왕실도자’ 등 특별전과 연계한 교육도 8월 중순 이후 시작할 예정이다. 교육 참여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박물관 누리집 또는 전화(02-3701-7652)로 문의하면 된다.

참고로,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관람객 마스크 착용, 입장 전 발열 확인, 한 방향 관람과 안전거리 유지(2m) 등 안전수칙을 준수하여 전시를 운영할 계획이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조선왕실 문화를 연구, 전시하는 전문 박물관으로서 2018년 ‘조선왕실 아기씨의 탄생’ 특별전 등을 비롯하여 조선왕실의 도자기를 조명하는 전시를 꾸준히 개최해 왔으며 이번 특별전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복잡한 세계정세 속에서 이룩해야 할 자강(自强)의 의미를 모색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해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여 일상의 활력이 되길 바란다."고 이번 전시의 취지를 밝혔다.

김창만 기자 chang@asiaart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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