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사회를 울린 ‘핑크 바지 소년’, 할리우드에서 재탄생한다

이탈리아 전역에 큰 충격과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영화 ‘핑크 바지 소년(Il ragazzo dai pantaloni rosa)’이 할리우드 리메이크로 재탄생합니다. 특히 ‘노트북’, ‘존 큐’ 등으로 유명한 닉 카사베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전 세계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닉 카사베츠 감독, 할리우드 리메이크 연출 확정

미국의 저명한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Variety)는 최근 이탈리아의 흥행작 ‘핑크 바지 소년’의 미국판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번 리메이크의 연출은 존 카사베츠 감독과 배우 제나 롤런즈의 아들로도 유명하며, 섬세한 감정선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닉 카사베츠 감독이 맡게 되었습니다.

카사베츠 감독은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영화는 훌륭한 영화가 될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밝히며, “가족, 청소년기, 첫사랑과 같은 보편적인 주제뿐만 아니라, 겉으로 아무리 강해 보이는 아이라도 내면은 상처받기 쉽고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가슴 아프게 상기시킨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이 영화를 ‘가슴을 치는 듯한 강렬한 작품’이라 묘사하며, “강인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판은 원작의 배경을 미국의 한 소도시로 옮겨, 주인공 안드레아의 어머니 테레사 마네스의 시선에 더욱 집중할 예정입니다.

따돌림이 앗아간 15세 소년의 비극적 실화

‘핑크 바지 소년’은 2012년 11월, 15세의 나이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안드레아 스페차카테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그는 학교와 온라인상에서 벌어진 잔인한 따돌림과 언어폭력의 희생자였습니다. 마르게리타 페리 감독이 연출한 원작 영화는 말의 무게와 소셜 네트워크의 위험성을 예리하게 조명하며, 특히 청소년기의 예민한 시기에 가해지는 폭력이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주었습니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에서 약 2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1,200만 유로(약 178억 원)에 달하는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2024년 자국 영화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하는 등 사회적,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러한 소식은 최근 이탈리아에서 또 다른 14세 소년 파올로 멘디코가 따돌림으로 인해 세상을 떠난 사건으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전해져 더욱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 문제” 제작진의 비전과 포부

원작 영화의 제작과 배급을 맡았던 이글 픽처스(Eagle Pictures)의 타락 벤 암마르 대표는 마크 버그와 함께 이번 미국 리메이크 제작에도 참여합니다. 벤 암마르 대표는 “안드레아의 비극은 단순히 이탈리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청소년 따돌림과 사이버 불링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은 전 세계적인 재앙이 되었으며, 영화는 이를 세상에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이 영화가 수십만 명의 청소년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듯, 미국 리메이크를 통해 전 세계 수백만 가족에게 동일한 영향을 미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공동 제작자 마크 버그 역시 “원작 영화가 이토록 어려운 주제를 가볍지만 깊이 있게 다루어 폭넓은 관객에게 다가가는 방식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섬세하면서도 강력한 원작의 톤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며, 이를 위해 사회 드라마 속에서 감정을 빛나게 하는 데 탁월한 닉 카사베츠 감독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고 전했습니다.

리메이크 버전의 각본은 원작의 각본가 로베르토 프로이아와 마이클 갤러거가 공동으로 집필할 예정입니다. 이탈리아의 비극적인 실화가 할리우드의 저명한 감독의 손을 거쳐 전 세계에 어떤 경종을 울릴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