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 펜실베이니아주 허시의 자이언트 센터에서 열리는 WWE RAW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 이번 RAW는 2026년 로얄 럼블과 레슬매니아 42로 향하는 중요한 길목이자,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더블 녹화로 진행되는 특별한 일정이다. 특히 직전 열린 ‘새터데이 나이트 메인 이벤트(SNME)’의 충격적인 결과가 쇼 전반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레전드 킬러’ 군터의 부상과 트리플 H를 향한 비난
현재 WWE 내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군터다. 그는 SNME에서 존 시나를 상대로 탭아웃을 받아내며 시나의 커리어를 끝냈다. 빌 골드버그에 이어 존 시나까지 은퇴시키며 명실상부한 ‘레전드 킬러’로 등극했다. 군터의 위상(Stock)은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으며, 2026년 은퇴를 예고한 AJ 스타일스, 혹은 루머로 돌고 있는 브록 레스너마저 그의 다음 타겟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브록 레스너와의 대결은 과거 빈스 맥마흔 스캔들로 무산된 바 있으나, 군터가 시나를 꺾은 현재 시점에서는 다시금 실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반면, 이러한 각본을 총괄한 트리플 H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 존 시나가 탭아웃으로 패배하며 은퇴하는 결말에 대해 현장 팬들은 트리플 H에게 거센 야유와 욕설을 쏟아냈다. 그가 “비즈니스를 위해 최선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레슬매니아 엔딩 논란에 이어 이번 사건까지 겹치며 팬심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CM 펑크 vs 브론 브레이커, 그리고 ‘더 비전’의 독주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이번 RAW의 포문은 CM 펑크가 연다. 펑크는 지난 워게임즈 매치에서 자신을 방해한 의문의 후드 남성에 대해 언급하고, 자신의 아내 AJ 리를 모욕한 브론 브레이커를 응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후드 쓴 남자가 과거 세스 롤린스와의 연관성을 고려할 때, ‘더 비전(The Vision)’의 장기 계획에 포함된 오스틴 띠어리일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더 비전’ 스테이블의 기세는 파죽지세다. 로건 폴은 LA 나이트를 제압했고, 브론슨 리드는 차량 위로 쓰나미 스플래쉬를 날리며 괴력을 과시했다. 브론 브레이커 역시 날카로운 프로모 실력을 뽐내며 CM 펑크를 압박하고 있다.
주요 매치업 프리뷰: 로건 폴과 맥신 듀프리
이날 확정된 매치업들도 흥미롭다. 먼저 로건 폴과 레이 미스테리오의 시범 경기(Exhibition Match)가 펼쳐진다. 로건 폴은 자신은 6피트 3인치인 반면 레이는 3피트 6인치라며 신체 조건을 비하하는 농담을 던져왔다. 지난주 후드 쓴 괴한의 도움으로 레이를 공격했던 로건 폴이 이번에도 ‘더 비전’의 일원으로서 레이 미스테리오를 압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콘티넨탈 타이틀전에서는 챔피언 맥신 듀프리가 아이비 나일을 상대로 첫 방어전을 치른다. 베키 린치를 꺾고 챔피언에 오른 맥신 듀프리지만, 도전자 아이비 나일이 2025년 들어 RAW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 상태라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팬들은 오히려 베키 린치가 맥신 듀프리와 심판진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결과에 더 관심을 보이며, 2026년 첫 RAW에서 베키가 벨트를 되찾아오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태그팀 디비전의 재편과 엇갈린 명암
태그팀 부문에서는 우소즈와 뉴 데이가 넘버원 컨텐더 자리를 놓고 맞붙는다. 제이 우소의 싱글 푸쉬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우소즈가 재결합했고, 이는 침체된 태그팀 디비전을 살리기 위한 WWE의 필연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이들은 AJ 스타일스와 드래곤 리의 임시 챔피언 체제를 위협할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한편 선수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리아 리플리는 RAW와 스맥다운을 오가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 다시금 메인 이벤트급 푸쉬를 받고 있다. 반면 와이어트 식스는 스맥다운에서 관중들의 무반응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고, 복귀한 니키 벨라와 미친(Michin)은 챔피언들에게 무기력하게 패배하며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 WWE가 이들을 타이틀 전선의 ‘가짜 위협’ 정도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 RAW는 격변하는 WWE의 현재를 보여주는 척도가 될 전망이다. 링 위의 승부뿐만 아니라 링 밖의 권력 다툼과 배신, 그리고 새로운 전설의 탄생이 2025년의 마지막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