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 완성되는 즉흥의 미학: 현역가왕 홍지윤과 SML의 공통분모

음악이라는 건 결국 예측 불가능한 찰나를 붙잡아두려는 필사적인 몸부림인지도 모르겠다. 무대 위에서 쏟아지는 날 것의 에너지는 때로는 정교하게 짜인 서사를 압도한다. 최근 MBN ‘현역가왕3’에서 보여준 홍지윤의 무대와, LA 재즈 신의 이단아로 불리는 SML(Spontaneous Music Live)의 행보를 보고 있자니 그 지점이 묘하게 겹쳐 보인다. 전혀 다른 장르와 환경에 놓여 있지만, 이들은 모두 ‘라이브’라는 거대한 도박 앞에서 스스로를 증명해내고 있다.

홍지윤은 최근 대국민 응원 투표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현역가왕3’의 확실한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했다. 본선 3차전에서 차지연과 맞붙은 ‘내 사랑을 본 적이 있나요’ 무대는 단순히 점수를 위한 경연이라기보다는, 서로의 기량을 벼리는 결투에 가까웠다. 홍지윤은 자신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던 차지연을 상대로 “미친 하룻강아지가 되어보겠다”는 선전포고를 날렸고, 실제로 그 말대로였다. 맑고 청아한 고음으로 곡의 애절함을 끌어올리면서도, 차지연의 거대한 성량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 모습은 그가 단순히 운 좋은 가수가 아님을 증명했다. 원곡자 정수라조차 “기대 이상으로 곡을 풍성하게 재탄생시켰다”며 박수를 보냈으니,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평가는 그 치열했던 무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일 것이다.

홍지윤이 정해진 서사를 무대 위에서 완벽히 구현해내는 데 집중했다면, LA의 즉흥 재즈 밴드 SML은 아예 서사라는 것을 만들지 않는다. 이들에게 연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스튜디오에 모여 합을 맞추는 대신, 이들은 공연장에서 벌어지는 현장 그 자체를 녹음해 앨범으로 만든다.

지난해 말, LA의 제불론(Zebulon)에서 열린 3일간의 공연은 SML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제프 파커가 개척한 LA 재즈의 계보를 잇고 있다지만, 이들의 음악은 훨씬 더 혼란스럽고 파괴적이다. 제레미아 치우의 모듈러 신디사이저는 이들의 음악을 재즈에서 우주적 카오스로 밀어 넣는다. 무대 위에서 멤버들은 서로의 연주를 실시간으로 샘플링하고, 때로는 세탁기가 고장 난 듯 엉망으로 굴러가다가도 묘하게 쾌락적인 일체감으로 수렴한다.

SML의 라이브 앨범을 듣고 있으면, 홍지윤이 무대 위에서 보여준 그 팽팽한 긴장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특히 14분께 무너져 내리는 듯하다가 다시 기묘하게 결합하는 사운드나, 5/4 박자의 복잡한 리듬을 타고 올라가는 순간들은 마치 잘 짜인 연극의 클라이맥스를 보는 듯하다.

결국 좋은 음악은 기록되는 방식보다 발화되는 방식에 달려 있다. 홍지윤이 1대 1 데스매치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자신의 감성적 보컬을 극한으로 밀어붙여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듯, SML 역시 정해진 악보를 거부하고 매 순간 무대 위에서 새로운 곡을 ‘발명’하며 듣는 이를 사로잡는다. 무대 아래에서 관객이 느끼는 짜릿함은 어쩌면 완벽하게 연주된 곡이 아니라,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위태로운 순간이 찰나의 화음으로 완성되는 그 짧은 지점에서 터져 나오는 것이 아닐까.